돌 맞은 ‘부일시네마’, 중세 아서왕 전설 담은 ‘그린 나이트’로 성료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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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린 나이트’ 포스터. 찬란 제공 영화 ‘그린 나이트’ 포스터. 찬란 제공

영화를 사랑하는 <부산일보> 독자를 극장으로 초대하는 ‘BNK부산은행과 함께하는 부일시네마’(이하 부일시네마) 12번째 상영회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29일 오후 7시 부산 중구 신창동 ‘모퉁이극장(70석 규모)’에 모인 관객 50여 명은 아서왕의 전설을 소재로 만든 중세 판타지 영화 ‘그린 나이트’(2021)를 관람했다.

최근 시네필 사이에서 주목 받는 미국 제작사 ‘A24’에서 만든 ‘그린 나이트’는 아서왕 시절 전설 속 인물인 가웨인을 주인공으로 한 14세기 두운시(詩) ‘가웨인 경과 녹색의 기사’를 원작으로 한다. 작가 미상의 이 원작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작가인 J.R.R. 톨킨이 1925년 현대어로 번역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영화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들 앞에 나타난 녹색 기사의 섬뜩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으로 시작한다. 녹색 기사는 자신의 목을 내리치는 용맹한 자에게 명예와 재물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단, 1년 후 녹색 예배당에 찾아와 똑같이 녹색 기사가 내리칠 도끼날을 받는다는 조건이다. 무모하고 고집스러운 젊은 청년 가웨인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1년 후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여정을 떠난다. 이 여정에서 가웨인은 산 자와 죽은 자, 초현실적인 존재를 만나며 성장하고, 마침내 녹색 기사를 만나 마지막 대결을 펼친다.

‘반지의 제왕’ ‘혹성탈출’ 시리즈 등 비주얼적으로 화려한 영화들을 작업한 그래픽 스튜디오 ‘웨타 디지털’의 기술력으로 구현한 몽환적인 영상미는 ‘그린 나이트’의 관람 포인트다.

다만 영화는 화려한 액션이나 장엄한 대규모 전투와는 거리가 멀다. 전체적으로 호흡과 전개가 느린 편이고, 자아성찰과 유혹, 기독교와 이교의 대립 등 심오한 주제를 은유적으로 다뤄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아일랜드 자연 환경을 웅장하게 담아낸 미장센과 영화 속 각종 메타포(은유)를 해석하는 재미는 있다.


영화 ‘그린 나이트’ 속 한 장면. 찬란 제공 영화 ‘그린 나이트’ 속 한 장면. 찬란 제공

영화 상영 뒤에 관객끼리 감상을 공유하는 시간인 ‘커뮤니티 시네마’가 열렸다. 모더레이터로 초청된 부산인권플랫폼 ‘파랑’의 한아름 사무국장이 자연스러운 소통을 유도하자 관객들은 용기를 내 각자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관객들의 감상 평.


“난해한 부분이 많은 영화였다. 자연과 함께 하는 미장센이나 사운드는 굉장히 좋았다.”

“스토리는 모호하게 느껴졌다. 삶을 살아가는 종착점이 죽음인데,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느냐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듯하다. 용기를 가지고 사느냐, 불안에 떨면서 사느냐를 이야기한 작품인 것 같다.”


부산인권플랫폼 파랑의 한아름 사무국장이 모더레이터로서 관객과 대화하고 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부산인권플랫폼 파랑의 한아름 사무국장이 모더레이터로서 관객과 대화하고 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영화 속 초현실적인 장면들에 깜짝 놀랐고 기억에 남는다. 앞서 다른 관객이 얘기한 것처럼 사운드가 인상적이었다.”

“자기 신념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욕심, 쓸데없는 집착 같은 것을 상징하는 요소들이 있었는데, 어차피 죽음으로 마무리되는 인생을 내 신념을 가진 채 살아야겠다는 것을 느꼈다.”

“우연찮게 오게 됐는데, 저에겐 예상과 다른 결말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미련을 내려놓고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아름 사무국장은 극 중 가웨인이 자신의 목을 내리칠 도끼를 들고 다니는 것을 언급하며 “우리 인생도 그런 것 같다. 내가 짊어지고 다니는 도끼에 마지막을 맞이하게 될 지 모른다”고 설명해 공감을 불렀다.

모퉁이극장 측은 커뮤니티 시네마 시간에 소감을 말한 관객 중 5명을 선정해 랜덤 영화 포스터를 증정하기도 했다.

부일시네마는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 오후 7시 모퉁이극장에서 열린다. 부산닷컴(busan.com) 문화 이벤트 공간인 ‘해피존플러스’(hzplus.busan.com)에서 이벤트 참여를 신청하면 추첨을 통해 영화 관람권(1인 2장)을 증정한다. 오는 5월 상영작은 전설적인 영화 음악 작곡가 엔니오 모리꼬네를 기념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2023)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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