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거꾸로 간다] 연령 차별과 연령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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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의수 신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좋은 사회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 그래서 ‘개념 있는’ 선진 시민사회는 차별을 엄격히 금지하고 사회적 통합을 위해 노력한다. ‘똑같이 하나됨’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이다. 이런 측면에서 ‘단일민족’ 표현이 어느덧 사라지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세계 3대 차별주의는 성차별(Sexism), 인종 차별(Racism), 그리고 연령 차별(Ageism)이다.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는 지역 차별, 학벌 차별, 외모 차별 등도 심각하다. 영호남 간 차별은 잦아든 대신 서울과 수도권 중심주의가 심화되고 있고, 학벌주의는 세계 최고의 과잉 교육열과 국민적 불행으로 연결됐지만 이젠 거의 포기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외모 차별은 세계가 인정하는 성형 공화국으로 올라서는 데 톡톡히 한몫했다.

2020년까지 한국의 고령화율은 OECD국가 중 29위로 비교적 낮았지만 2030년 9위가 되고 2045년 1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노인 인구 천만 명 시대, 노인 빈곤율 OECD 1위가 되면서 가난하고 부담스러운데 규모도 커진 노인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더욱 따가워질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노인 차별의 사회적 토양은 더 두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령 차별은 연령을 이유로 편견을 갖거나, 사람을 부당하게 처우하고 차별하는 현상이다. 팔모어(Palmore)에 따른 부정적 연령주의는 고정관념, 편견, 차별, 태도로 구성된다. 연령 차별은 건물과 지하철, 마트와 같은 생활편의시설, 작은 글씨의 약병과 식당 키오스크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갈수록 영향이 커지는 AI 등 4차 산업혁명이 이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가장 두려운 연령 차별은 노인 빈곤, 혐오, 정치적 갈라치기이다.

연령에 따른 사회적 균열은 연령 통합을 위한 노력으로 메워질 수 있다. 정년 폐지·연장과 같이 사회경제적 참여에서 연령의 유연성을 높여야 하고, 직장·가정·지역사회 내에서 연령의 다양성이 존중돼야 하며, 건강·정보화·소득·주거에서 연령의 형평성을 고려해야만 한다.

1986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노인협회, 아동복지연맹, 아동보호기금, 은퇴자협회가 서로 협력해 ‘세대연합(Generations United)’이라는 비영리 시민단체를 설립했다. 단체는 세대 간 연계와 협력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고, 유엔 경제사회이사회로부터 특별 지위를 부여받아 연령 차별의 글로벌 문제 해결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부산은 전국에서 가장 고령화율이 높은 도시이고, 이에 대응해 2016년 서울, 정읍, 수원에 이어 4번째 고령친화도시에도 가입했다. 그런 도시인 만큼 도시의 전 영역에서 연령 차별의 장벽을 제거하고 연령 통합의 광장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세대 간 함께 하려는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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