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이지 않아도 소금처럼 중요한 사람들이 있어요"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우리 동네 청수마트/이작은
행복한 내일을 꿈꾸는 소시민
■첫차를 타는 사람들/김숲
새벽 버스 노동자 삶 속으로
■길강아지 고동이/블링문
사람과 유기견의 따뜻한 교감

청수마트에는 각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동네 청수 마트>의 삽화. 이야기꽃 제공 청수마트에는 각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동네 청수 마트>의 삽화. 이야기꽃 제공

청수마트에는 각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동네 청수 마트>의 삽화. 이야기꽃 제공 청수마트에는 각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동네 청수 마트>의 삽화. 이야기꽃 제공

돋보이지 않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들 덕분에 세상은 유지되고 있다. 33년간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을 제작한 미국의 유명 방송인 프레드 로저스는 “누군가의 하루를 더 나아지게 해 주는 일이야말로 진짜 위대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제작하는 어린이 프로그램의 메시지기도 했다. 이웃의 존재, 그들의 일을 존중하는 것이 자신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즘 아이들은 유아 시절부터 높은 목표를 향해 나갈 것을 요구받는다. 대기업에 들어가거나 고소득 전문직을 가져야 성공한 어른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도 한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며, 이웃에게 눈을 돌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이런 메시지를 담은 동화책들이 있다.


<우리 동네 청수마트>는 경기도 어느 동네에 있는 마트 사람들 이야기이다.

동대문시장에서 옷감 가게를 하다가, 싼 중국산에 밀려 마트에 취직한 콧수염 배달 과장. 구석구석 안 가는 집이 없어 동네 소식을 다 알고 있다. 오토바이 배달을 하다가 정육 기술을 배운 정육 아저씨. 아내와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퇴근길은 항상 행복하다. 친구의 배신으로 사업이 망하고 도매시장에서 채소랑 과일을 떼어 오는 청과물 대리. 큰 딸 빚 갚기 위해 일을 놓을 수 없는 채소 이모, 생선 코너를 운영하는 생선 씨, 팔고 남은 식재료로 직원들 점심을 차리는 식당 이모, 계산대에서 일하는 계산 이모 등 다들 힘든 사연이 있지만 행복한 내일을 꿈꾸며 최선을 다한다.

작가 자신이 실제로 마트 노동자로 수년간 일한 경험과 부대낀 동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현장에서 마트 사람들의 소망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작은 글·그림/이야기꽃/48쪽/1만 7000원.


<첫차를 타는 사람들>은 해도 뜨지 않은 새벽에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을 조명한다.

대부분 사람이 잠들어 있는 시간, 첫차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각자의 일터에 도착한 사람들은 유니폼으로 갈아입으며 일을 시작하는데, 그 순간부터 이들은 눈에 띄지 않는 투명 인간이 된다. “어이, 아줌마!” “어이, 노인네!”로 불리며, 도시락 펴 놓을 곳도 변변히 없는 사람들이다. 경비원 나성호 씨, 조리사 이옥란 씨, 미화원 김정아 씨, 택배 기사 윤철우 씨 등 이들은 고유의 이름을 가진 존재이자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다. 무엇보다 이 도시가 무너지지 않도록 일상을 지켜 내는 필수 노동자이다.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된다”라는 손가락질을 당하기도 하지만, 정작 이들이 없다면 도시는 엉망이 된다. 쓰레기로 가득 찬 무질서한 회색 도시 그림은 이들 덕분에 사회가 온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한다. 김숲 글·강혜진 그림/노란상상/40쪽/1만 6800원.


<길강아지 고동이>는 저자가 직접 만난 길강아지와의 경험을 동화책으로 만들었다. 처음에는 경계했지만, 밥과 물을 나누며 천천히 다가가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었다. 낮에는 잠만 자는 그 강아지가 밤에는 무얼할까 상상하며 이 동화가 탄생했다.

주인아줌마가 길에 버린 길강아지 고동이. 낯선 길 생활에서 흰색 강아지 흰둥이를 만난다. 흰둥이는 버려진 것이 아니라 주인아저씨가 잃어버린 거라며 꼭 찾으러 올 것을 믿는다. 둘은 모든 걸 같이 했고 고동이는 흰둥이가 있어 밤이 무섭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흰둥이가 주인아저씨 차와 비슷하다고 달려갔고 사고를 당해 깨어나지 못한다. 이후 고동이는 다시 밤이 무서워 잘 수 없었고, 낮에만 겨우 잠을 잤다. 방황하던 고동이에게 어느 날 물과 음식을 가져다주는 사람이 생겼다. 그 사람의 집 근처까지 갔다가 집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으로 어둡지 않은 밤을 맞이한다. 사람은 고동이를 위해 밤에도 불을 켜두고, 시간이 지나며 고동이는 사람 곁으로 다가갈 수 있게 된다.

장난감 사듯 가게에서 강아지를 사고, 쉽게 버리기도 한다. 인간과 감정을 나누는 반려견을 버리는 건 결국 가족을 버리는 행위이지 않을까. 오늘도 시보호소에는 입양되지 못해 강제로 안락사당하는 많은 유기견이 있다. 블링문 글·그림/도토리숲/54쪽/1만 8000원.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