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징검다리] 딸의 꿈 지켜주고픈 희정 씨
남편의 폭력·폭언 버티다 이혼
무기력·우울증에 잠들기 어려워
둘째 딸 예술고 진학 원하지만
생계비 부족해 지원은 언감생심
희정 씨(가명·52)의 하루는 어둑한 새벽에 시작된다. 방 안에는 정리하려 꺼내둔 물건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그녀는 딸들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움직이며, 어지러운 마음을 정리하듯 물건을 하나하나 다시 정리하고 또 정리한다. 이 시간이 그녀에게는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이다.
세 자매의 막내인 희정 씨는 언니들의 차별, 어머니의 무관심과 꾸지람 속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그녀가 유일하게 혼나지 않던 순간은 집을 깨끗이 청소했을 때. 그 기억 때문인지 그녀에게는 정리에 대한 강박이 생겼다.
행복해질 줄 알고 결혼했지만 삶은 폭력으로 점철됐다. 남편의 언어 폭력과 주먹질 속에서 버텨야 했다.
2010년 이혼하고도 냉혹한 현실 속에서 경제적 이유로 전남편과 동거를 지속할 수밖에 없었다. 2021년 그는 다시 그녀에게 의자를 던졌다. 머리가 찢어져 피를 철철 흘리며 “이대로 죽겠구나” 싶었던 순간, 두 딸이 그녀를 구했다. 딸들의 신고로 간신히 전남편과 분리 조치 되고, 접근금지 명령도 내려졌다. 그러나 세 모녀의 마음에는 이미 깊은 상처가 남았다.
그날 이후 희정 씨는 제대로 잠들 수 없다. 남편이 다시 나타날까 두려워 눈을 뜬 채 자고, 길을 걷다 깨어보면 옥상 난간에 서 있던 적도 있다. 무기력과 기면증, 우울증이 그녀를 잠식해갔다.
두 딸도 그녀와 다르지 않다. 큰 딸은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직장을 그만뒀고, 둘째 딸은 가정폭력 이후 급격히 성적이 떨어지고 깊은 우울감에 시달린다. 밤마다 잠들지 못하고 혼자 방 안에서 그림을 그리는 아이. 그 모습은 가슴 아프지만, 때로는 어른보다 단단해 보였다.
“엄마, 나 그림 그리는 게 너무 좋아. 예술고등학교에 가고 싶어.” 그 말 한마디가 희정 씨의 마음을 울린다. 아이의 재능도, 진심도 알고 있다. 하지만, 꿈을 키우기엔 현실이 너무 가혹하다.
전남편은 양육비를 한 푼도 주지 않는다. 채무와 공공요금, 최소한의 생계비로 이미 벅찬 삶 속에서, 학원비는 사치와 다름없다.
게다가 둘째 딸은 요즘 종종 이상한 말을 한다. “엄마, 누가 날 계속 쳐다보는 것 같아…” 하지만 병원 문을 두드리는 것조차 쉽지 않다. 희정 씨는 아이 만큼은 상처 없이 자라길 기도할 뿐이다.
가끔은, 아니 자주, 삶의 희망이 스러진다. 그럴 때마다 들려오는 딸이 연필을 긁는 소리. 그 소리가 그녀를 다시 현실로 끌어낸다. 그림 그리는 소리. 아이가 살아 있다는 소리. 그 하나로 버텨낸다.
희정 씨의 간절한 바람은 딸이 꿈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딸의 붓 끝에서 다시 시작되는 희망. 그 소박한 꿈이, 다시 한 번 세상과 연결되기를 바란다.
△동구청 복지정책과 김경화
△계좌번호 부산은행 315-13-000016-3 부산공동모금회 051-790-1400, 051-790-1415.
△공감기부(무료) 방법-부산은행 사회공헌홈페이지(www.happybnk.co.kr) 공감기부프로젝트 참여
▣ 이렇게 됐습니다 - 지난달 18일 자 지석 씨
지난달 18일자 ‘몸 누일 곳도 없는 지석 씨’ 사연에 후원자 73명이 591만 7765원을, BNK부산은행 공감클릭으로 100만 원을 모아주셨습니다. 후원금은 지석 씨의 새로운 보금자리 마련을 위한 주거비로 사용할 예정입니다.
지석 씨는 “덕분에 새 집으로 이사갈 수 있어서 행복하다. 더 건강하게 잘 살아보겠다”고 삶의 의지를 보였습니다. 지석 씨는 보이지 않지만 응원하는 가족이 생긴 것 같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