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죽방렴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최종 시험대’
지난 연말 신청서 제출…3월 통과
12일 현장 실사…구조·방식 등 평가
지정 시 학술·관광 등 파급 효과 기대
경남 남해군 지족해협 죽방렴 모습. 한반도에 현존하는 유일한 전통 함정어업이다. 김현우 기자
경남 남해군이 자랑하는 전통 어업 방식인 ‘죽방렴’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 등재를 위한 마지막 시험대에 오른다.
현장 실사단이 남해 지족해협을 방문해 현장 실사를 진행할 예정인데, 실사 결과에 따라 등재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6일 남해군에 따르면 오는 12일, FAO 실사단이 지족해협에서 현장 실사를 진행한다.
실사단은 현장을 찾아 죽방렴의 구조와 작동 방식, 지역 주민의 어업 활동, 그리고 농업과의 연계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또한, 이번 실사 일정에는 지족해협 일원의 죽방렴 현장 체험, 인근 농업 소개, 지역 주민 인터뷰 등이 포함됐다.
남해군은 앞서 지난 2021년부터 죽방렴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에 본격 나섰다.
먼저 청사진을 그린 데 이어 ‘남해 죽방렴 어업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추진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죽방렴 보존회’를 중심으로 한 지족해협 어민들과 군이 함께 죽방렴 보전 관리 방안을 모색해 왔으며, 전승돼 온 역사적 사실을 수집·고증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이어 관련 자원 조사와 전문가 자문 등을 토대로 신청서를 작성해 왔으며, 지난 연말에는 FAO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신청서는 2차례 수정을 거친 끝에 지난 3월 최종 통과했으며, 이제 최종 관문인 현장 실사만 남겨 놓고 있다.
남해군은 실사를 앞두고 남은 과제인 죽방렴 복원과 홍보, 해양쓰레기 문제 해결 등에 집중해 왔다. 심사관은 이러한 부분들을 직접 확인한 후 최종 심의위를 열고 등재 여부를 결정한다.
지족해협의 한 죽방렴. 어민들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멸치를 잡고 있다. 김현우 기자
하홍태 남해군 해양환경국장은 “예전에는 내구도 향상을 위해 철로 만든 목책이나 플라스틱 발을 사용했지만, 최근 참나무 목책과 대나무 발로 복원했다. 여기에 죽방렴 활용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체험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무엇보다 지속 가능한 죽방렴 어업을 만들기 위해 해양환경 모니터링과 해양 정화 활동을 강화했고, 총허용어획량제도 실천에도 적극 나섰다. 현장 실사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남해 죽방렴 어업은 한반도에 현존하는 유일한 전통 함정어업이다. 바다 한복판에 참나무 기둥을 세운 뒤 대나무를 엮어 V자형 구조물을 세운 뒤, 물살과 물때를 이용해 고기가 들어오면 가뒀다가 필요한 만큼 건진다. 생태계 파괴를 최소화하고, 어획물의 품질을 유지해 어업의 모범으로 꼽힌다.
지족해협 일대 죽방렴 어업은 550년 넘게 이어져 왔으며, 현재 23개가 가동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죽방렴 멸치’는 최상급 멸치로 인정받는다.
죽방렴 어업은 ‘바다를 지키는 자연친화 적정어업’이라는 점 외에도 ‘남해군을 상징하는 전통어업경관’이자 ‘지역경제 활성화 밑거름’이라는 현대적 가치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에 2010년 명승, 2015년 국가중요어업유산, 2019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돼 국가 차원의 지원을 받고 있다.
남해군은 이에 그치지 않고 죽방렴어업이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가 지키고 보존해야 할 가치 자원으로 보고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추진에 나선 상태다.
산이 많고 평야가 협소해 농업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던 섬 주민들이 식량 확보를 위해 고안한 전통함정어업이 유지·계승되고 있음은 물론, 어업인들의 소득원으로 지금까지도 사회·경제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중요농업유산 지정 가치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오는 12일, FAO 실사단이 지족해협을 찾아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를 위한 현장 실사를 진행한다. 김현우 기자
죽방렴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되면 단순한 어업 유산 보호를 넘어, 지역 경제와 생태 보전, 그리고 전통 지식의 국제적 인정이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특히, 세계유산 등재 이후에는 어촌·농촌 관광 활성화, 전통 생계 시스템에 대한 학술·교육적 활용 등 다양한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남해군 관계자는 “죽방렴은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슬기로운 어업 방식이며, 지역민들의 삶과 뗄 수 없는 공동체 자산”이라며 “이번 FAO 실사가 남해의 전통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도약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