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음식에 얽힌 추억으로 버무려낸 한상차림
신간 '망할 토마토, 기막힌 가지'
요리사 박찬일의 음식 에세이
<망할 토마토, 기막힌 가지> 책 표지. 창비 제공
‘글 쓰는 요리사’ 박찬일의 음식 에세이가 새롭게 출간됐다. 2014년 발간된 <뜨거운 한입>의 개정 증보판으로, 기존 원고를 다듬고 새로운 에피소드를 더했다.
‘토마토, 망할 토마토’는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배울 때의 추억을 담았다. ‘토마토의 나라’답게 이탈리아에는 다양한 종류의 토마토가 있다. 이를 몰랐던 그는 시장에서 소스용 토마토 대신 예쁜 토마토를 골라 왔다가 사장에게 호되게 혼난다. 반면 귀국 후 그가 채소 공급상에게 어떤 종류의 토마토가 있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찰도마도랑 방울도마도.”
‘기막힌 가지’는 이탈리아와 일본에서 맛본 가지 요리의 충격을 담은 ‘가지 요리도 가지가지’ 에피소드에서 나온 제목이다. 어릴 땐 당근과 시금치보다 더 혐오스러운 대상이었던 가지 요리. 그러나 조리법에 따라 달콤하고, 심지어 감미로울 수 있단 걸 알게 된 그. 이제는 “가지는 밭에서 나는 홍합”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함께 소바 여행을 떠났던 오페라 전문가 H형의 이야기도 재밌다. “파바로티가 말이우, 인생이 살 만한 건 때가 되면 밥상에 앉아 무언가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수.” 하지만 그런 파바로티도 세상을 떠났다. 그의 고향인 모데나의 명물, 늙은 호박을 넣은 만두를 더 이상 먹을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살아 있을 때 우리는 더 먹어야 한다”고.
요리사답게 제철 재료의 매력과 음식에 얽힌 추억을 빼어난 문장력으로 버무려내는 솜씨도 일품이다. “최고급 요리도 결국 언술의 영역에, 다시 말해 인문의 영역에 있다”는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말이다. 박찬일 지음/창비/228쪽/1만 5000원.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