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의 시그니처 문화공간 이야기] 루이비통 재단에서 만난 데이비드 호크니
아트컨시어지 대표
LVMH(루이비통 모에샹동 헤네시)그룹의 CEO인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는 2001년 건축가 프랭크 게리를 만나 프랑스 파리 16구에 위치한 불로뉴 숲 외곽에 루이비통 창조재단의 새 건물을 짓는 계획을 처음 이야기했다.
이 프로젝트는 2006년에 처음 대중에게 공개됐고, 당시 건축예산으로 1억 유로(한화 1400억 원)가 소요될 예정이라 발표했다. 하지만 훗날 예산의 8배에 가까운 7억 9000만 유로가 들었다고 공개됐다. 진행 과정에서 지금의 루이비통 재단으로 이름이 바뀌고, 2010년 초에 개관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불로뉴 공원을 소유한 파리 시가 2007년에야 건축 허가를 내주면서 프로젝트는 상당 기간 지체됐다. 2008년 3월에야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었다.
심지어 블로뉴 공원을 보호하는 단체에서 행정소송을 제기해 허가가 취소되었다가 프랑스 의회가 특별법을 통과시켜 사업이 진행될 수 있었다. 또한 루이비통 재단은 설계 단계부터 혁신적인 기술을 요구했기에 항공 산업에 특화된 3D 설계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서 해체주의 건축가 프랑크 게리가 디자인한 독특하고 부정형적인 외형을 구현해 냈다. 이는 건축 비용이 8배나 초과하는 주요 원인이기도 했다.
2012년, 유리 돛 컨셉으로 각기 형태가 다른 3584개의 적층 유리 패널이 강화 섬유 콘크리트로 제작된 매스를 감싸는 현재의 모습을 드러냈고, 루이비통의 2015 봄/여름 패션쇼로 먼저 대중에게 공개 후 2014년 10월 개관했다. LVMH와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소유한 작품의 조합으로 구성된 루이비통 재단의 컬렉션에는 페르낭 레제와 피카소부터 장 미셸 바스키아, 제프 쿤스, 올라프 엘리아슨까지 현대미술을 망라하고 있다.
경매회사 크리스티를 소유하고 있으며, 구찌를 필두로한 패션업계의 라이벌인 케링그룹의 프랑수아 피노 회장이 건축가 안도 다다오와 함께 파리 상업거래소 건물을 2021년 피노 컬렉션으로 개관하게 된 것도 루이비통 재단의 영향이 크다는 이야기도 잘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패션계와 더불어 예술작품 컬렉터로서도 경쟁 관계에 있다.
동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한 명인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전시가 지난 4월 개막했고, 9월 1일까지 5개월 동안 루이비통 재단에서 열린다.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400여 점을 출품, 작가 개인전으로는 최대 규모의 전시로 루이비통 재단의 11개 전시실을 모두 채웠다. 개막 즈음 방문할 수 있었는데 최근 만난 호크니 전시 중 단연 최고였다.
현재 루이비통 재단은 LVMH의 자금 지원을 받아서 운영되고 있으며, 2070년 소유권은 파리시로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