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수방사령관 "尹, 문 부수고 끄집어내라 해"…군사법원서 첫 증언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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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연합뉴스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연합뉴스

이진우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이 '12·3 비상계엄' 선포로 국회에 출동했던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문을 부수고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법정에서 처음으로 증언했다.

20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이 전 사령관은 이날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진행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대통령이 발로 차고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끄집어내라고 해서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본회의장 가서 4명이 1명씩 들고나오면 되지 않느냐'고 한 말도 처음에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가 부관이 알려줘서 기억났다"고도 증언했다. 다만 "대통령이 '의원'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회 청문회와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등에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 같은 지시를 받았는지에 대해 증언은 거부해왔던 이 전 사령관은 이날 계엄 사태 이후 약 반년 만에 지시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처음 증언했다.

계엄 당시 이 전 사령관을 보좌했던 부관 오상배 대위도 지난 12일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전 대통령이 비화폰으로 이 전 사령관에게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와라",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 등 지시를 내렸다고 증언한 바 있다. 군검찰은 이날 이 전 사령관이 계엄 선포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 2일 포털사이트에 '문을 열거나 부수는 데 사용하는 도구', '대통령이 국회 해산권 있나요' 등을 검색한 기록 등을 근거로 미리 계엄 계획을 알았던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이 전 사령관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이 (시국 상황이) 걱정된다고 해서 저도 상상의 나래를 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이 2월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연합뉴스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이 2월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연합뉴스

다만 이 전 사령관은 계엄 선포 이전 윤 전 대통령이 군 장성과 모임에서 '비상대권'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계엄 한 달 전인 지난해 11월 9일 국방부장관 공관 모임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있는 가운데 선관위 등 병력 출동 장소가 이미 거론됐다는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당시 대통령은 굉장히 빨리 마시고 취했고, 정상적으로 앉기 어렵게 되니 불편한 마음도 있었던 거 같다"며 "저는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부정선거 얘기는 좀 있었지만 확보해야 할 특정 장소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는 비상계엄 당시 우원식 국회의장 등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하기 위해 국회로 출동한 방첩사 장교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방첩사 소속 신 모 소령은 이날 법정에서 "이재명 체포조라고 듣고 출동했고, 중간 과정은 이동하면서 설명해준다고 했다"며 "이후 현장 병력과 경찰에게 신병을 인계받으라고 전달받아 직접 체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 소령은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이 우원식·이재명·한동훈 3명 검거에 집중하고, 먼저 검거된 인원은 포박해 수방사로 데려가라고 지시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신 소령은 당시 국회 상황이 위험하다고 판단해 차량에서 내리지 않고 대기했으며,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 의결 이후에도 '현 상태로 대기하라'는 지시를 받아 자체적으로 판단해 더 먼 곳으로 이동해 대기했다고 밝혔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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