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신냉전과 골든돔

천영철 논설위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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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의 시대. 지구촌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7년부터 시작된 냉전 시대는 1991년 소련 해체에 따른 사회주의 몰락으로 막을 내렸다. 이후 세계화의 물결 속에 탈냉전의 시대가 도래했다. 미국이 단독 패권국 입지를 굳히는 시기였다. 그러나 덩치를 키운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세계는 다시 신냉전 체제로 재편됐다. 2014년께부터 시작된 신냉전은 경제 전쟁 양상이 강하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촉발, ‘중국 조르기’에 들어간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경제 전쟁은 군사력을 기반으로 진행된다. 바야흐로 세계는 군사력이 강한 나라가 경제에서도 우위를 보일 수밖에 없는 약육강식 시대로 접어든 셈이다. 실제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군사력 충돌 상황도 이어진다. 사실상 미국과 러시아의 패권 경쟁 때문에 촉발된 이 전쟁은 신냉전 체제를 한층 격화시키고 있다. 최근 10일 동안의 상황만 보더라도 세계 곳곳에서는 신냉전에 따른 군사적 긴장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과 영국이 러시아의 석유 수출에 활용되는 것으로 의심받는 무국적 유조선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자 러시아 공군기가 에스토니아 영공을 침범하는 등 팽팽한 기세 싸움을 벌이고 있다. 400~500척에 달하는 무국적 유조선에 대한 제재는 러시아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코로나19 중국 실험실 유출설’을 다시 제기한 데 이어 중국은 “중상모략”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독일은 러시아 침공에 대비하는 것은 물론 미국으로부터의 안보 독립을 빌미로 징병제 재도입을 논의 중이다.

이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1750억 달러를 투입, 우주 공간에서 상대 미사일을 요격하는 ‘골든 돔’(Golden Dome)을 임기 중 실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냉전 시대인 1980년대 레이건 정부의 ‘스타워즈’ 계획을 재추진하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국민 보호 명분을 띄고 있지만 우주를 전쟁터로 만드는 것은 가뜩이나 위태로운 신냉전 체제에 기름을 붓는 형국일 수 있다. 군비 무한 확장 경쟁에 몰입했던 냉전의 그림자가 다시 짙게 드리워진 느낌이다. 인류 보편적 가치를 아예 무시하는 강대국들의 ‘묻지 마 식’ 경쟁은 갈수록 격화될 전망이다. 이 엄중한 신냉전의 시대, 화합과 평화를 강조한 교황 레오 14세의 즉위 메시지가 지구촌 곳곳에 널리 퍼지길 소망한다.


천영철 논설위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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