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여성 신체 부위' 발언 논란에 사과 대신 역공 선택
“후보 검증 차원”…이재명 장남 정조준한 이준석
민주당 “이미 사과했고 재판도 끝나”…즉각 반발
여성계·시민사회 “사퇴하라”…인권위 진정도 잇따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TV 토론회에서 여성 신체에 대한 표현으로 논란이 되는 것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지난 대선 TV토론 발언 논란과 관련해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장남 문제를 재차 언급하며 “가족의 일탈에 책임지지 않는 후보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정면 비판해 오히려 논란을 부추겼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29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표현은 제가 창작한 것이 아니라, 이재명 후보의 장남 이동호 씨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직접 올린 글의 일부”라며 “그중 하나를 비교적 가치중립적인 단어로 바꿔 인용했지만,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께는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워낙 심한 음담패설에 해당하는 표현이라 아무리 정제하고 순화해도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은 지난 27일 열린 3차 대선 TV토론에서 나왔다. 이준석 후보는 여성의 신체 일부를 언급함으로써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일명 ‘젓가락 발언’을 인용하며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에게 “만약 어떤 사람이 여성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 이건 여성혐오에 해당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재명 후보의 과거 ‘형수 욕설’ 논란도 함께 언급하며 “이런 식의 언사가 정치 지도자급에서 나오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도 역치가 낮아지는 것 아닌가. 사과할 의향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정치인의 언행이 갖는 무게를 강조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이 후보는 사과보다 발언의 진위 여부에 방점을 두고 정면돌파를 택했다.
이준석 후보는 비판 여론에 대해 “이번 발언은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단계적 검증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권을 이야기하는 후보가 이러한 표현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가족의 일탈에 대해 어떤 책임 의식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재명 후보의 장남은 2년 가까이 700회 넘는 불법 도박을 저질렀고, 총 2억 3000만 원의 도박 자금이 오갔다”며 “이를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고도 방관했다면 무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또 “오늘 오후 2시까지 허위사실을 유포한 이들은 자진 삭제하고 공개 사과하라. 그렇지 않으면 민형사상 대응에 나서겠다”며 “민주당과 시민단체, 유튜버들의 비판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집단적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민주당 조승래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준석 후보의 발언은 개탄스럽다”며 “자신의 잘못을 회피하기 위해 과거 문제를 새 이슈처럼 포장해 네거티브에 올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후보는 2022년 대선 당시 해당 사안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했고, 장남은 윤석열 정부 시절 재판을 거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며 “이미 국민이 판단을 내린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전날 이준석 후보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 후보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은 여성계와 시민사회로 번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해당 발언과 관련해 이날까지 총 35건의 인권침해 진정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단체연합, 젠더폭력 해결 페미니스트 연대 등은 공동성명을 내고 이준석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