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 생략한 간소한 취임선서식…이재명 “국민 위해 권한 쓰겠다”
조기 대선 후 출범 첫날, 의전 생략한 취임선서식 개최
취임사 통해 “국민의 삶 위해 권한 쓰겠다”
통합 상징한 넥타이·조 대법원장과의 악수 주목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취임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를 진행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진 뒤 출범한 정권인 만큼, 이번 선서식은 형식보다 실용에 초점을 맞춰 간소하게 치러졌다. 예포 발사, 군악대 퍼레이드, 보신각 타종 등 통상적인 의전 행사는 모두 생략됐다.
취임선서 행사는 국민의례, 대통령의 취임선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취임사)’ 순으로 진행됐다. 선서 직후 낭독된 취임사에서 이 대통령은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국민의 삶을 위해 쓰겠다”며 통합과 민생 회복의 의지를 강조했다.
행사에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해 조희대 대법원장, 김형두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이주호 전 대통령 권한대행(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과 국무위원, 정당 대표, 국회의원 등 약 300여 명이 참석했다.
눈에 띈 것은 군 주요 지휘관들이 초청 명단에서 제외됐다는 점이다.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을 포함해 고창준 육군참모총장 직무대리, 양용모 해군참모총장, 이영수 공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는 행사에 초대받지 못했다. 대신 김선호 국방부 차관(장관 직무대행)만이 유일하게 참석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 대통령이 군 개혁 기조를 명확히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오전 11시 김혜경 여사와 함께 국회에 도착했다. 국민의례와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을 마친 뒤 단상에 올라 오른손을 들어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 증진 및 민족 문화의 창달에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선서를 낭독했다.
선서에 앞서 조희대 대법원장, 이주호 전 권한대행 등 주요 인사들과 인사를 나누는 장면도 주목을 받았다. 특히 조 대법원장은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당시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인물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탄핵을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조 대법원장과 나눈 악수는 통합의 메시지로 해석됐다.
이날 이 대통령이 착용한 넥타이도 상징적 의미를 담았다. 붉은색과 푸른색이 섞인 줄무늬 넥타이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상징색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 정치적 통합을 의식한 상징으로 해석됐다. 그는 대선 기간 중 TV토론에서도 유사한 넥타이를 착용해 ‘통합 행보’를 시사한 바 있다.
국회의사당 앞 잔디마당에는 일반 국민들도 실시간으로 행사를 지켜볼 수 있도록 대형 스크린 2대가 설치됐다. 더불어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 옷을 입은 지지자들과 풍선을 든 시민들이 돗자리를 깔고 앉아 취임선서를 함께 지켜보며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선서식이 끝난 뒤 이 대통령은 국회 청소노동자와 방호직원들을 만나 감사 인사를 전했다. 특히 2023년 단식 당시 도움을 준 당 대표실 미화원 최성자 씨와도 다시 인사를 나눴다. 대통령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국회를 지켜온 이들의 헌신을 잊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취임식’이 아닌 ‘취임선서식’이라는 명칭으로 진행됐다. 예포 발사, 군악대 퍼레이드, 보신각 타종 등 전통적인 의전 절차도 모두 생략됐다. 대통령실은 “다음달 제헌절 기념식에서 별도의 ‘임명식’을 열 계획”이라며 “국민이 대통령을 임명한다는 대통령의 철학이 반영된 행사”라고 설명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