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존재를 희생시킨… 정치적 불안이 부른 ‘오심’이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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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 '소크라테스는 왜 죽었을까'

기원전 399년. 소크라테스는 신을 믿지 않았다는 죄목으로 고발돼 아테네의 법정에 섰다. 당시 아테네는 필로폰네소스 전쟁 패배로 큰 혼란과 상실을 겪고 있었는데 신의 존재를 부정해온 소크라테스는 그런 환경 속에서 ‘불온한 존재’로 인식됐다.

그의 제자 알키비아데스와 크리티아스는 전쟁과 참주정의 핵심인물이었고, 대중들은 늙은 철학자가 그들과 사적 인연을 공유했다면서 정치적 책임을 물었다. 소크라테스 재판은 흔히 ‘오심(誤審)’의 전형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책은 정치적 불안과 외부의 위협에 직면한 공동체가 안전을 위해 ‘불편한 존재’를 희생시킨 사례로 분석했다.

또한 고대 법전에서부터 현대의 사법 원칙까지, 인간이 ‘정의’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얼마나 심각하게 실수해 왔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단순한 대중 법학서를 넘어, 인간 본성과 제도의 충돌을 꿰뚫는 인문학적 통찰이 담겨 있다.

저자는 검사 출신으로 21대 국회의원(2020~2024년)을 지낸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이다. 2018년 베스트셀러 ‘검사내전’을 출간했고, 2024년엔 “지금 국민의힘은 민주정당이 아니다”며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저자의 문제의식은 한층 더 깊어지고 넓어졌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성문법부터 중세의 마녀재판, 근대국가 형성과 함께 변모해 온 직권주의와 당사자주의, 그리고 현대의 미란다 원칙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정의’를 구현하려 애쓰며 동시에 얼마나 자주 잘못된 판단을 내려왔는지를 되짚는다.

우르남무 법전, 함무라비 법전, 로마 12표법 등 인류 최초의 법 제도를 통해 법의 탄생 목적이 단지 질서 유지가 아니라 약자 보호였음을 강조하면서 근대 형사소송법의 근간이 되는 당사자주의와 직권주의의 기원과 차이를 설명한다. 프랑스 대혁명, 미국 독립, 미란다 원칙 등 제도의 진화 속에 숨은 인간 본성의 문제를 파고든다.

특히 ‘형사사법은 왜 이렇게 비효율적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 비효율성이야말로 억울한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인류가 치러온 대가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강조한다. 형사사법제도의 복잡성과 경직성이 결코 미흡함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 본성과 대중의 오판으로부터 무고한 이들을 지켜내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진화’라는 점을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이 책은 단순한 대중적 법사학 개론서가 아니라, 인간과 권력, 대중과 정의의 관계를 집요하게 파헤친 인문학적 성찰의 결과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 저자는 “우리가 지금 접하는 형사사법제도는 이러한 경험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된 것이다. 형사사법제도들은 우리 실존에 대한 두려움에서 설계된 것”이라며 “대중의 자유로운 해석이 불가능하게 매우 정교하면서도 완고하게 만들어졌다”고 강조한다. 이는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들, 특히 대중의 감정과 여론에 휩쓸리기 쉬운 현실에 경종을 울린다. 최근까지 한국 사회에서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수사권 조정’, ‘한국형 FBI(미 연방수사국) 모델’ 등에 대한 저자의 견해도 참고할 만하다. 김웅 지음/지베르니/408쪽/2만 2000원.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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