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픽! OTT] 성수대교 붕괴 배경 영화 ‘벌새’
쿠팡플레이·애플tv 등
김보라 감독의 영화 ‘벌새’(2019년)는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직전의 서울을 배경으로 한다. 중학생 은희가 가족, 학교,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겪는 크고 작은 단절과 충돌을 그린다. 영화는 겉으로는 일상을 따라가지만, 인물 내부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파동을 통해 사회의 불안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영화는 특정 사건이나 정치 담론을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대신 주변부 인물들의 관계와 감정선을 따라가며 당시의 시대상을 은유한다. 작품 후반부, 은희가 편지 한 통을 읽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내용은 “어떻게 사는 게 맞을까… 인생에는 나쁜 일과 기쁜 일이 함께한다는 것. 우리는 늘 누군가와 무언갈 나눈다는 것. 세상은 참 신기하고 아름답다”는 문장으로 이어진다. 이 장면에서 은희는 운동장에서 뛰노는 또래 친구들을 바라보는데, 작품은 이를 통해 사람들 간의 ‘관계 속에서’ 미래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조용히 시사한다.
개인의 성장 서사로 시작한 영화는 결국 관계, 공동체, 그리고 시대를 마주하는 방식으로 확장된다. 이는 ‘나는,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진지한 대답으로도 볼 수 있다. 정치적 변화와 사회 구조 재편이 숨 가쁘게 이뤄지고 있는 지금, 이 작품의 의미가 새삼 재조명 받는 이유다. 쿠팡플레이와 애플tv, 유플러스모바일tv에서 볼 수 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