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일본인 퍼스트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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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시절인 2016년 3월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처음 언급하며 캠페인의 슬로건으로 삼았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무역, 세금, 이민정책, 외교 문제에 관한 모든 의사결정이 미국인 근로자와 미국인 가정의 이익을 위해 이뤄지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 등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의 백인 노동자 계층의 표심을 공략했다. 거대한 기술변화와 중국산 제품의 공습으로 밀려나 좌절에 빠진 이들에게 일자리를 되찾아주겠다고 약속했고, 그 결과 2016년과 2024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트럼프는 올해 집권 2기를 맞아 더 독해진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추진해 왔다. 끝이 안 보이는 ‘관세전쟁’, 동맹국에 대한 국방비 증액 요구, 불법 이민자 추방 등이 그러하다.

지난 20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극우 성향의 참정당이 돌풍을 일으켰다. 참정당은 2020년 4월 창당한 신생 정당이다. 가미야 소헤이 대표가 2022년 참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돼 처음 원내에 진입했다. 참정당은 기존 2석에서 이번에 15석을 확보하며 원내 정당으로 성장했고, 참의원에서 단독으로 법안을 제출할 수 있는 기준(11석)도 넘었다. 참정당은 ‘일본인 퍼스트’(일본인 우선주의)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높은 물가 상승, 뒷걸음치는 실질 임금, 양극화에 시달리는 국민의 불만을 외국인에게 돌렸다.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 제한, 비숙련·단순노동자 수용 규제, 영주권 취득 요건 강화 등 외국인 규제 정책을 내걸었다.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트럼프의 정책과 묘하게도 닮은 꼴이다. 이 공약들은 일본에서 ‘로스 제네’(잃어버린 세대)’로 통하는 4050세대의 지지를 끌어냈다. 이들은 1990년 초 버블 경제가 끝난 뒤 최악의 취업난이 닥친 1993년부터 2005년 사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시간제 아르바이트와 파견직 등 오랫동안 저임금의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사회적 취약 세대로 부각됐다.

참정당의 약진으로 일본에서 우파 포퓰리즘이 확산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집권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이사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다음 달 말까지 퇴진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 문제에서 비교적 온건한 목소리를 냈던 이시바 총리가 퇴진하면 한일 협력에 속도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 커지는 자국 우선주의 물결을 보면서 한미 동맹이 삐걱대고 한일 관계가 악화하는 상황만은 오지 않길 바란다.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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