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혁신의 심장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를 가보니
글로벌 EV 시장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 보유
현대차그룹 전기차 4년 연속 세계 올해의 차 수상
공기저항계수 세계 최저 수준 차량 개발
영하 30도, 영상 50도 혹한 테스트도 진행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 내 공력시험동에서 전기차 ‘아이오닉 6’ 차량으로 공기저항 흐름을 테스트하고 있는 모습.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23일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에 있는 종합기술연구소(남양기술연구소)의 모빌리티 개발 핵심 시설을 공개하며 글로벌 EV(전기차) 시장을 선도할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을 소개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약 723만 대를 판매하며 3년 연속 글로벌 자동차 판매 3위를 기록했다. 전기차 시장에서 혁신적인 기술력과 뛰어난 상품성을 앞세운 덕분이다. 특히 2022년 현대차 ‘아이오닉 5’, 2023년 ‘아이오닉 6’, 지난해 기아 ‘EV9’에 이어 올해 ‘EV3’까지 현대차그룹 전용 전기차가 4년 연속 세계 올해의 자동차를 수상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차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전동화 경쟁력의 중심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 거점인 남양기술연구소가 있다. 1996년 설립된 이 연구소는 신차와 신기술 개발을 비롯해 디자인, 설계, 시험, 평가 등 차량 개발의 전 과정을 총괄하고 있다.
연구소의 다양한 연구개발 시설 가운데 이날 현대차가 공개한 곳은 자동차 풍동 시험을 진행하는 공력시험동과 다양한 기후 조건으로 차량의 열관리 성능을 연구하는 환경시험동, 차량의 핸들링과 승차감 성능을 개발하는 R&H(라이드&핸들링)성능개발동, 소음과 진동을 해석하고 차량의 감성 품질을 구현하는 NVH(소음·진동·불쾌감)동 등이다.
이날 가장 주목을 받은 곳은 공력시험동.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1회 충전으로 더 나은 주행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력성능이 중요해지고 있다. 공력성능은 전비, 주행 안정성, 동력성능 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에 제조사들은 자동차의 운동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공기의 저항력 계수, 즉 공기저항계수(Cd)를 낮추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공력시험동 크기는 6000㎡ 규모로 축구장 한 개와 맞먹을 정도로 크다. 이곳에는 대형 송풍기와 지면 재현 장치 등 실제 주행 환경을 정교하게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설비들이 갖춰져 있다.
이 중 핵심은 단연 대형 송풍기다. 3400마력의 출력으로 바람을 일으켜 차량 속도 기준 시속 200km까지 재현할 수 있다. 아파트 3층 높이인 직경 8.4m에 달하는 송풍기의 날개는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탄소섬유 복합 소재로 제작됐다.
또한 주행 시 지면 환경을 유사하게 구현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돼 있다. 시험실 바닥에는 총 다섯 개의 회전 벨트가 설치된 턴테이블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하면 지면 재현 평가가 가능하다. 차량의 네 바퀴 아래와 차량 하부 바퀴 사이 바닥면에 벨트를 함께 회전시킴으로써, 바퀴의 구동뿐만 아니라 지면과 차량 하부 사이에 발생하는 공기의 흐름도 정밀하게 재현할 수 있어 신뢰도 높은 공력 성능 평가가 가능해진다.
이날 공력시험동에서 눈길을 끈 것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공기저항계수 0.144를 달성한 ‘에어로 챌린지 카’였다. 외관은 전기차 ‘아이오닉 6’의 개량형이다. 이 차는 현대차∙기아 공력개발팀이 다양한 공력 성능 개선 기술을 적용해 개발한 콘셉트카로, 지금까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내놓은 초저항력 콘셉트카의 Cd값이 0.19에서 0.17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기아의 기술력이 얼마나 높은 수준인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박상현 공력개발팀장은 “이 차는 아이오닉 6랑 무게가 같지만 공기저항을 낮춘 덕분에 완충시 64km를 더 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차가 낮은 공기저항 계수를 보일 수 있는 것은 여러가지 첨단 기술이 작용한 덕분이다.
먼저 액티브 사이드 블레이드와 액티브 리어 디퓨져는 에어로 챌린지 카 후면에 숨겨져 있던 블레이드와 디퓨져가 뒤쪽으로 나오면서 리어오버행 길이가 40cm 연장되는 장치다. 차량 측면과 바닥 길이가 확장되는 효과를 통해 측면 와류와 후류를 억제하거나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현대차∙기아의 설명이다.
차량 전면부 보닛과 윈드실드 사이에 와류발생을 억제하는 액티브 카울 커버와 트렁크 뒷부분의 양력을 컨트롤하는 액티브 리어 스포일러, 차량 하부의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는 통합형 3D 언더커버도 공기 저항계수를 낮추는데 한몫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내 환경시험동 강설챔버에서 전기차 ‘아이오닉 9’ 차량에 강설 시험을 하는 모습.현대차그룹 제공
이어 풍동시험동 인근에 위치한 환경시험동에선 시험실 내 전기차 ‘아이오닉 9’ 위로 폭설이 내리는 상황을 재현하고 있었다. 영하 30도의 혹한으로 설정돼 방한복을 입고 시험실에 들어섰는데 머리털이 쭈뼛할 정도로 추웠다.
전기차는 충전구와 프렁크의 눈 유입 여부도 굉장히 중요한데, 연구원들은 눈이 쌓이는 위치와 실링 구조의 밀폐 상태를 세밀하게 점검했다. 열에너지차량시험2팀 홍환의 연구원은 “눈이 쌓여 배터리나 전장 계통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 옆 시험실에는 영상 50도로 설정된 고온 환경에서 ‘아이오닉 6 N’의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환경시험동은 이처럼 다양한 기후 조건에서 차량의 성능을 검증하는 곳으로, 차량의 열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모든 시스템의 성능 개발을 진행한다. 구체적으로는 엔진과 변속기의 냉각 성능, 냉난방 공조 성능, 실내 쾌적성까지 차량 내 주요 열 관련 시스템의 모든 성능을 연구한다.
이를 통해 얻은 데이터는 단순한 열효율 향상을 넘어, 주행 안정성과 실내 쾌적성, 전비 효율까지 전반적인 차량 성능을 최적화하는 데 활용된다.
또한 전동화 차량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극한의 환경을 재현한 시험 과정도 눈길을 끌었다. 남양기술연구소는 이러한 검증을 통해 주행 안정성과 효율, 쾌적성까지 고려한 차량 성능을 담금질하고 있었다.
R&H성능개발동에선 세계 최고 수준의 주행 성능을 구현하기 위한 시험이 진행되는 곳이다.
자동차의 주행 감각은 단순히 수치로만 평가할 수 없는 영역이다. 노면의 충격을 얼마나 부드럽게 걸러내는지, 선회 시 차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따라 운전자는 안정감과 동시에 주행의 즐거움을 느낀다. 특히
R&H 성능은 전기차 시대로 진입하면서 차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전기차는 과거 슈퍼카 급에서나 구현 가능했던 가속력을 낼 수 있어 고속 영역에서의 주행 안정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뿐 아니라, 차량 하중 증대로 서스펜션과 타이어에 가해지는 부담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대비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R&H성능개발동은 차량의 주행 성능과 안정성을 검증하고 개발하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 시험 시설로 구성돼 있다.
차량의 주행 성능을 결정하는 R&H 개발은 모든 주행 성능의 근간이 되는 타이어 개발로부터 시작한다. 가장 먼저 살펴본 곳은 타이어의 진동을 파악하기 위한 고속 타이어 유니포미티 시험기였다. 시험실 안에서는 커다란 드럼 위에 고정된 타이어가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해당 시험기는 최대 시속 320km까지 회전하는 드럼 위에서 타이어를 굴려 진동 발생 여부를 측정한다. 또한 드럼 위에 작은 클릿을 부착해 타이어가 요철을 통과할 때 움직임을 파악하고 승차감 특성까지 평가할 수 있다.
주행성능기술팀 최고봉 책임연구원은 “타이어는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미세한 불균형으로 진동이 발생한다. 해당 시험기는 타이어 진동 유발 정도를 정확히 측정하는 게 주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NVH동은 전기차 시대에서 새롭게 주목을 받는 곳이다. 전기차는 엔진 소음이 없기 때문에 작은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 미세한 진동 등을 탑승자가 더 민감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NVH 성능이 탑승자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로드노이즈 시험실은 차량이 주행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노면 소음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타이어와 노면 사이에서 발생하는 노면가진(주행 중인 자동차가 노면의 불규칙성으로 인해 받는 진동)을 구현해 차량 실내에서 들리는 소음을 평가한다.
로드노이즈 시험실의 벽면은 두꺼운 흡음재로 빈틈없이 둘러싸여 있다. 덕분에 실험실 내부는 소리의 반사가 없는 무향의 공간이다. 내부에 설치된 샤시 다이나모는 차량 바퀴와 맞닿아 있는 롤 표면에 실제 도로를 본뜬 패치가 부착돼 있는데, 시험 조건에 따라 아스팔트, 콘크리트, 험로 등 실제 도로의 노면 질감을 그대로 구현한 패치로 교체가 가능하다. 소음진동기술팀 서재준 팀장은 “실제 도로와 최대한 동일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3D 스캔과 재료 반발계수까지 반영해 패치를 제작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찾은 시험 공간은 몰입음향 스튜디오였다. 이곳에서 진행하는 ‘몰입형 가상 평가 환경(VR)’은 실제 도로와 유사한 시각·청각 환경을 구현해 차량의 음향 성능을 검증한다. 평가실 내부에는 대형 디스플레이와 VR 장비가 설치돼 있었고, 연구원들은 VR 헤드셋을 착용한 채 다양한 도로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며 사운드를 평가했다.
남양기술연구소의 최첨단 시험 설비와 정교한 연구개발 과정을 직접 살펴보며 현대차·기아가 전동화 시대에서도 높은 신뢰도와 상품성을 유지하는 비결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