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래의 메타경제] 제2개항과 개항 150년
신라대 글로벌경제학과 명예교수
150년 전 개항이 근대 부산의 출발점
25년 전 제2개항 기치로 재도약 시도
비전 현실화 눈앞 의미 새로 되새겨야
국가든 지역이든 구성원들의 동참을 유도하거나 정책 홍보를 제고하기 위해 구호나 슬로건을 내세울 때가 있다. 아직까지도 많은 부산시민들에 익숙한 ‘다이내믹 부산’도 그러한 구호의 하나였다. 활력있는 부산을 연상시키는 이 구호는 오랫동안 부산사람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러다가 몇 년 전 ‘부산이라서 좋다’라는 지금의 구호로 바뀌었다.
구호는 아니지만 부산에서 나온 메시지 가운데 우리의 기억에 크게 남아있는 것으로 ‘제2개항’을 빼놓을 수 없다. ‘제1개항’의 시기를 두고 이견이 없지 않지만, 1876년의 개항에 의해 근대부산이 출발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비록 일본의 강압에 의한 불평등 개항이었지만 부산이 전통적인 사회에서 벗어나 근대도시로서 성장하기 시작한 출발이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제2개항이라는 말은 부산이 새로운 도약을 필요로 할 때 가끔씩 소환되곤 하였다. 첫 개항 때의 충격처럼 부산을 새롭게 바꾸자는 의지를 담는 데 이 보다 더 적절한 말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제2개항이라는 말을 부산시가 공식적으로 사용한 것은 25년 전이었다. 부산시는 2001년을 ‘제2개항 원년’으로 선포하였다. 부산항만공사(BPA)가 출범하고 부산항이 관세자유지역으로 지정되어 부산의 항만관리 자주성이 향상되고 항만산업의 발전을 위한 초석이 놓인 것이 계기가 되었다.
제2개항 원년의 선포와 함께 25년 전에 그렸던 부산항 발전 계획은, 아직 진행 중이긴 하지만, 완성을 향해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신항만이 개항되어 북항에 있던 컨테이너 부두가 이전하면서 북항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어쩌면 이것은 제1개항의 영향을 완전히 지우는 작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인에 의해 만들어졌던 북항부두를 대신하여 우리의 힘으로 만든 신항의 넓은 배후부지를 기반으로 새로운 부산항 시대를 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하여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그동안 부산이 추구해 온 해양수도 부산을 완성시킬 사업들이 아주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다. 우선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은 해양수도를 완결하는 획기적인 결단이라 할 수 있다. 해양과 수산 행정의 중추 관리기능이 부산에 옴으로써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해양도시로서의 부산의 위상은 결정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강조했던 북극항로의 개척과 준비는, 아직은 그 파급효과가 불투명하긴 하지만, 향후 부산항을 동북아의 중심항으로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의 바닷길에 더하여 새로운 바닷길을 여는 북극항로의 개척이야말로 진정한 제2개항을 열어가는 대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와 함께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 본사의 부산 이전도 거론되고 있고, 서울과 세종에 있는 해양수산 관련 기관들의 부산 이전도 타진되고 있는 것으로 들린다. 해양수산 관련 기관의 범위에 어느 정도의 기관이 포함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정부의 균형발전 의지와 그것을 받쳐줄 부산의 열정이 맞물리면 기대 이상의 성과도 가능할 수 있을 분위기이다.
이처럼 사실상 ‘제2개항’의 비전이 하나 둘 실현되어 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25년 전에 외쳤던 제2개항 선언을 반추하는 움직임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더구나 내년은 1876년 개항을 기점으로 할 때 개항 150년이 되는 해이다. 제2개항의 구체적 조각들이 조금씩 맞추어지고, 부산항을 세계에 개방한 지 150년이 되는 역사적인 순간이 다가오는데도 부산은 너무 조용하다.
개항 150년을 맞으려는 행사들이 물론 전혀 없지는 않다. 그러나 고만고만한 행사들은 작고 생색내기 같은 느낌이다. 오랫동안 침체와 인구의 유출을 겪으면서 부산이 너무 작아진 탓이 아닐지 모르겠다. 성장하고 활력있는 도시는 기념일을 앞당기고 없던 기념일도 찾아내서 의미를 부여한다. 1876년의 개항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인천이 150주년도 아닌 개항 140주년을 그것도 3년이나 앞두고 국제학술대회를 열면서 분위기를 띄웠던 것은 성장하는 도시의 조급함이라 할지라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부산이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글로벌 도시로 나아가려면 25년 전에 외쳤던 ‘제2개항’을 돌아보면서 개항 150년을 계기로 제대로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힘을 실어줄 때 부산이 더 힘차게 반응하고 호응하면서 제2개항의 효과가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적 계산을 떠나 좀 더 시끄럽게 제2개항과 개항 150년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시민들도 그 의미를 되새기고 역량을 모아줄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