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코미디의 도시로… 웃음이 자라는 무대 만들 것”
조윤호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수석프로그래머
제13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새로운 시도와 교육 프로젝트로 주목
“부산은 이제 단순히 코미디를 소비하는 도시가 아니라, 코미디 인재를 키우는 도시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제13회를 맞은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BICF)은 올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더 넓은 무대, 더 가까운 거리, 그리고 새로운 인재 발굴에까지 손을 뻗으며 축제의 외연을 확장 중이다. 이 중심에는 축제의 기획부터 현장까지 총괄하는 조윤호 수석 프로그래머가 있다.
개그맨 출신의 그는 단순한 프로그래머가 아니라, 코미디 문화를 다시 설계하고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올해 그가 맡은 역할은 단지 ‘축제 기획자’로 그치지 않는다. 직접 무대의 방향을 바꾸고, 신진 코미디언을 발굴하며, 코미디 교육에 나서는 등 ‘코미디를 통해 도시를 변화시키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올해 BICF에서 가장 큰 변화는 개막 공연의 장소 변경이다. 그동안 야외특설무대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리던 개막 공연은 올해 벡스코 오디토리움으로 옮겨졌다.
조 수석은 “관객들이 보다 집중해서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공연의 질적 향상에 주안점을 두었다고 설명한다.
“실내 공연장으로의 이동은 단순한 장소 변경이 아니라, 공연의 품질과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습니다. 조명, 음향, 무대 연출 등 기술적 요소를 훨씬 더 섬세하게 조정할 수 있어, 코미디 특유의 리듬과 타이밍, 배우들의 표정까지 더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전보다 훨씬 섬세한 웃음을 선보일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이러한 ‘공간의 변화’가 있었다.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변화는 거리형 무대의 실험이다. ‘코미디 스트리트 프린지’는 그동안 공식 초청작 중심으로 구성되던 거리 공연을 공개 모집 방식으로 전환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으로 탈바꿈시켰다.
“신인이나 독립 예술가들도 거리에서 관객과 직접 호흡할 기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해운대구 구남로라는 관광객과 시민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다양한 장르의 코미디가 자연스럽게 펼쳐질 겁니다.”
총 34개 팀이 지원한 이번 공개 모집에서 8개 팀이 최종 선정됐다. 이들은 정형화된 무대가 아닌 거리 한복판에서 직접 관객들과 눈을 맞추며 웃음을 만들어낸다. 조 수석은 이를 “코미디 본연의 즉흥성과 대중성을 되살리는 방식”이라며 “웃음의 진짜 현장은 거리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조 수석의 가장 혁신적인 도전은 교육 영역이다. 그는 동서대학교와 함께 ‘코미디 아카데미’를 개설하고, 2025년 1학기 ‘담임 교수’로 직접 강의에 나섰다.
“대학에서 정식으로 코미디를 강의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큽니다. 단순히 웃음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기획과 창작, 실연 능력을 체계적으로 다룰 수 있는 커리큘럼을 만들었습니다.”
강의에는 김준호 집행위원장, 1세대 개그맨 전유성, 인기 예능작가 최대웅, 그리고 세계적 넌버벌 코미디 그룹 옹알스의 조준우 등 국내 최고의 코미디 전문가들이 함께했다. 특히 조준우는 강의 중 학생들에게 준비한 선물을 나누는 등, 진심 어린 멘토링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아카데미는 이론과 실습을 넘나들며 실제 무대 진출까지 연결된다. 수업에서 두각을 나타낸 학생팀은 제13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공식 무대에 오를 기회를 얻는다. 학생들이 직접 쓴 대본과 연기로 구성한 ‘공개 코미디’ 공연이 그것이다.
“실제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기대는 학생들에게 엄청난 동기부여가 됩니다. 단순히 강의실에서 배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객 앞에서 웃음을 시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진짜 교육이라 생각합니다.”
조 수석은 이번 1학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데 이어, 2학기에도 아카데미 강의를 이어간다. 다음 학기에는 특강 중심에서 벗어나 실습 중심의 심화 과정으로 수업을 구성해, 더욱 실전적인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그는 2007년 KBS 22기 코미디언으로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았고, 박성광·박영진·허경환 등과 동기이자 동료로 활동하며 ‘개그콘서트’의 두 번째 황금기를 이끈 멤버 중 한 명이다.
개그콘서트에서 유명했던 코너 ‘깐죽거리 잔혹사’에서 조 수석은 이찬·류정남 등과 함께 재치 있는 대사와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유행어인 “끝”, “유단잔가?”, “당황하지 않고” 등으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조 수석은 부산을 ‘웃음이 자라는 도시’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코미디는 시대의 공기와 사람들의 감정을 비추는 예술입니다. 그런 코미디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발전시키고, 실험할 수 있는 도시가 바로 부산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는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을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코미디 산업의 플랫폼, 교육의 실험장, 시민과 웃음을 나누는 광장으로 만들고자 한다.
“나아가 ‘부산’이라는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떠오르고, 행복한 기분이 드는 도시로 만들고 싶습니다. 웃음을 키우는 일, 그건 결국 사람을 키우는 일이고, 도시를 키우는 일이니까요.”
강성할 미디어사업국 기자 sh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