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심의 주역] 윤봉길 의사의 삶과 박(剝)과 쾌(夬) 괘
지난주 중국 상하이 루쉰공원 매헌기념관에서 열린 ‘HERO임정학교 200기 역사기행’. 김재형 제공
지난주에 중국 역사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중국 상하이에 한중 우호 활동과 독립운동사를 연구하는 ‘히어로(HERO)역사연구회’가 있습니다. 연구회에서 꾸준히 하는 사업의 하나가 ‘임정(臨政)학교’입니다.
상하이에는 대한민국임시정부 공관, 윤봉길 의사가 당시 훙커우(虹口) 공원에서 의거를 일으킨 현재의 루쉰 공원과 매헌기념관, 백정기·원심창 의사의 육삼정(六三亭) 의거 터, 혁명열사기념 공원 등 항일 독립운동의 중요한 유산이 있습니다.
역사연구회는 상하이와 항저우를 중심으로 중국에서 일어난 한중 연대의 독립운동 자료를 발굴하고 다양한 한중 우호 활동을 해왔습니다.
역사연구회 대표 이명필 선생은 그동안 100회가 넘는 임정학교를 이끌었던 경험을 모아 ‘나는 독립운동의 길을 걷다(씽크스마트 출판사)’를 출간했습니다. 책은 세종도서 수필 부문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제가 참가한 지난주 임정학교는 200회 교육이 열린 날이었습니다.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이어지는 독립운동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윤봉길 의사의 의거는 한국인의 독립운동 성과이자, 중국 국민당 정부의 지원을 받은 한중 독립 투쟁의 결과입니다.
김구 선생은 임시정부에 대한 동포들의 지지를 높이기 위해 한인애국단을 조직합니다. 일본 제국주의의 중요 인사를 암살하거나 공격하는 무장 투쟁을 나선 것입니다.
첫 번째 행동이 일본 도쿄에서 일어난 이봉창 의사의 천황 암살 시도 사건입니다. 이봉창은 천황 가까이 접근해 폭탄을 던졌지만, 터지지 않아 의거는 실패합니다.
그 뒤 김구 선생은 폭탄 폭발력을 개선하고자 국민당 군대로부터 기술을 배웠고, 개선된 폭탄은 윤봉길에게 주어집니다.
윤봉길은 독립운동을 위해 집을 떠나면서 ‘장부출가생불환(丈夫出家生不還)’이라는 글을 남깁니다.
그는 자신과 조선은 일본 제국주의에 모든 것을 빼앗겼다는 감정을 느낍니다. 그는 오직 자신의 목숨 하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하나의 목숨을 조국 광복에 바칠 기회를 찾고 있었고, 그에게 기회가 왔을 때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결단했고 나아가서 성공했고, 사형되는 그 시간까지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지켜 냅니다.
주역 스물세 번째 괘(掛)인 산지박(山地剝)은 삶에서 모든 것을 빼앗긴 사람의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박괘는 아래부터 다섯 개 음(陰)과 제일 위에 양(陽) 한 개로 구성돼 있습니다.
다섯 개 음효는 그가 다 빼앗기고 잃어버린 삶의 내용들을 상징하고, 제일 위 양효는 그가 지켜 낸 가치입니다.
윤봉길에게 남은 하나는 조국 광복을 위해 바쳐야 할 몸입니다. 그는 이 몸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주역 마흔세 번째 택천쾌(澤天夬) 괘는 결단하는 사람입니다.
박괘가 아래 음 다섯 개와 제일 위 하나의 양이라면, 쾌괘는 아래의 양 5개와 제일 위 음 한 개의 모양입니다. 두 괘는 음양으로 마주 보고 있습니다.
박괘는 모든 것을 읽고 하나를 가졌다면, 쾌괘는 오랫동안 준비한 뒤에 이제 마지막 결단의 시간만 남았습니다.
이 두 이야기는 윤봉길의 삶과 이어집니다.
모든 것을 잃었지만 조국 광복을 위해 자신의 몸 하나를 가진 사람이 오랫동안 조국의 독립을 위해 농민 계몽 운동을 하고, 고향을 떠나 상하이에 와서 독립운동 조직인 대한애국단에 참여해 이제 그에게 주어진 단 한 번의 기회를 조국 독립의 제단에 바치는 결단을 하고 실행합니다.
象曰 山附於地 剝 上以 厚下 安宅.
상왈 산부어지 박 상이 후하 안택.
산이 땅에 붙어 버렸다. 우리는 다 빼앗겼다. 빼앗은 이들은 빼앗긴 이들을 생각해야 한다. 그들에게 관대하지 않으면 삶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6효. 上九 碩果不食 君子得輿 小人剝廬.
상구 석과불식 군자득여 소인박려.
象曰 君子得輿 民所載也 小人剝廬 終不可用也.
상왈 군자득여 민소재야 소인박려 종부가용야.
씨 과일은 먹지 않는다. 군자(君子)는 수레를 구해 고통받는 민중을 실어 나를 것이다.
소인(小人)은 그들의 집이 무너지고 결국 쓰일 곳이 없어질 것이다.
彖曰 夬 決也 剛決柔也 健而說 決而和. 揚于王庭 柔乘五剛也.
단왈 쾌 결야 강결유야 건이열 결이화. 양우왕정 유승오강야.
孚號有厲 其危乃光也. 告自邑不利卽戎 所尙 乃窮也. 利有攸往 剛長 乃終也.
부호유려 기위내광야. 고자읍불리즉융 소상 내궁야. 리유유왕 강장 내종야.
결단한다. 강한 양(陽)은 다섯이고, 유약한 음(陰)은 하나이니 결단하면 끝난다.
우리는 힘 있게 결단했고, 부드럽게 설득하고 화합하고자 했다.
왕의 법정에 나갈 수 있었던 것은 강한 양이 다섯이나 되고 음 하나가 그 위에서 불안하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단하는 일은 위험했지만 우리의 호소가 믿음을 줄 수 있어서 오히려 빛나게 되었다.
가능한 무력으로 해결하지 않고 시민들의 지지와 이해 속에서 부드럽게 해결하려고 했던 이유는 상대를 존중하기 때문이었고, 이미 궁지에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강한 결단이든 부드러운 설득이든 나아가면 결국 끝난다.
빛살 김재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