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사, 블록체인으로 탄소시장 판 바꾼다
JP모건, 자산 플랫폼에서 배출권 토큰화
CBDC·스테이블코인 활용한 결제 구상
노던트러스트, 배출권 수명 실시간 관리
미국 뉴욕에 위치한 JP모건 체이스 본사. 로이터연합뉴스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자발적 탄소시장(VCM)의 구조적 한계 해소에 나서고 있다.
14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블록체인 기술·정책∙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JP모건과 노던트러스트 등 대형 금융사는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토큰화 기반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분산된 탄소배출권 발급 체계와 낮은 투명성, 비효율적 거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정부 규제와 별개로 민간 기업이나 기관이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통해 확보한 배출권을 자율적으로 거래하는 시장이다. 그러나 발급기관별로 인증 기준이 달라 표준화가 어렵고, 검증·거래 과정이 수작업 중심이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되면 배출권은 가격, 발행일, 유형, 지역 등 메타데이터를 포함한 디지털 토큰으로 전환돼 통합 관리가 가능해진다. 이와 함께 발행부터 거래·소각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추적할 수 있다.
JP모건의 블록체인 사업 부문인 ‘키넥시스’는 디지털자산 플랫폼에서 배출권을 등록 단계부터 토큰화하는 앱을 시험 중이다. S&P 글로벌, 에코레지스트리, 국제탄소등록소(ICR) 등과 협력해 구축 중인 이 플랫폼은 다양한 시장 참여자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연계해 표준화된 거래를 지원한다. 향후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나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인도-대금 동시결제(DvP)’ 방식까지 구현해 결제 효율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노던트러스트는 지난해 9월 ‘카본 에코시스템’을 출시, 탄소배출권의 수명주기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올해 1월에는 거의 실시간 발행 기능을 추가해 프로젝트 개발자가 감축 실적을 신속히 상업화할 수 있도록 했다. 각 크레딧에는 이산화탄소 포집량, 사용 전력, 포집 시점과 장소 등 정밀 데이터가 기록돼 투명성과 신뢰성이 강화됐다.
노던트러스트는 또한 국제금융통신협회(SWIFT)와 손잡고 호주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프로젝트 아카시아’에 참여, 탄소배출권과 호주달러 간 DvP 결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