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저성장 기조’ 고착화되나…사상 첫 '2년 연속 2% 미달' 현실화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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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KDI 이어 정부도 '올해 0%대·내년 1%대' 전망
"美반도체 관세 부과 땐 성장률 더 떨어질 수도"
팬데믹·금융위기 때 '부진 뒤 반등' 패턴과 달라

한국 경제가 사상 처음으로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2년 연속 2%를 밑도는 저성장을 경험할 전망이다. 부산항 신선대부두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한국 경제가 사상 처음으로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2년 연속 2%를 밑도는 저성장을 경험할 전망이다. 부산항 신선대부두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2006∼2026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실적·전망치(%). 출처: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2006∼2026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실적·전망치(%). 출처: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우리 경제가 올해 0%대 성장이 유력한 상황에서 정부가 내년 성장률도 1%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는 등 한국 경제가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2%를 밑도는 저성장 늪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부실한 성장잠재력, 대외 불확실성 등으로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더욱 고착화하는 모습이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와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각각 0.9%, 1.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건설업 불황 등 영향으로 올해 1월 정부가 내놓은 수치(1.8%)의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충격으로 마이너스 성장한 뒤로 5년 만에 가장 심한 불황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대에 그쳤다. 과거 충격을 겪은 이듬해에는 기저효과 영향으로 성장률이 큰 폭 반등한 패턴과는 다른 모습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성장률은 2020년 0.7% 뒷걸음쳤다가 다음 해인 2021년 4.6% 뛰어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엔 0.8%로 쪼그라들었다가 곧이어 7.0% 급등했고, 외환위기 때인 1998년에는 4.9% 하락했다가 1년 만에 11.6% 치솟았다.

정부 전망대로라면 실질 GDP 성장률은 내년까지 2년 연속 2%를 밑돌게 된다. GDP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53년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 경제가 사상 처음으로 성장률이 2년 연속 2%를 밑도는 저성장을 경험하게 되는 셈이다.


미국이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부과하는 50% 품목 관세 적용 범위를 407종의 파생상품으로 확대한 지난 18일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부과하는 50% 품목 관세 적용 범위를 407종의 파생상품으로 확대한 지난 18일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전례 없는 저성장 전망은 정부 뿐만 아니라 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도 마찬가지다. 한은과 KDI는 각각 지난 5월과 8월에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0.8%, 1.6%로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달 한국의 올해·내년 성장률을 각각 0.8%, 1.8%로 전망하면서 역시 '저성장' 기조를 확인했다. '2년 연속 2% 미달' 저성장 전망에 정부와 중앙은행, 국내외기관 간 이견이 크지 않은 셈이다.

올해 0%대 저성장의 기저효과에도 내년 성장률 반등세가 미미한 주된 이유는 '수출 부진'이다.

정부는 내년 민간소비(1.7%)와 건설투자(2.7%)는 회복될 것으로 봤지만, 수출은 올해보다 0.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 품목 관세와 상호 관세 영향이 크다.

이번 전망은 정부가 추진하는 인공지능(AI) 프로젝트 등 긍정적 정책 효과는 반영했지만, 미국 반도체 관세 불확실성은 제외한 전망치라는 점에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반도체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 내년 성장률은 현재 전망치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반도체 관세 불확실성은 한국 주요 기업들에 이미 악재로 받아들여지면서 추가 투자를 제약하는 모양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지 않으면 반도체 품목관세 100%를 부과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놨다.

여기에 더해 미국 정부가 자국 내 공장을 짓는 반도체기업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기업들 사이에 당혹감이 퍼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 품목 관세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불확실성이 너무 큰 상황"이라며 "한국에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되면 성장률은 전망치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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