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코 앞인데… ” 폭염에 속 타는 과수 농가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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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감과 사과 등 경남 제수용 과실
직사광선 강해 되레 광합성 중단
성장 대신 괴사하며 상품성 추락
추석 앞두고 '금값 과일' 우려까지

경남 진주시 한 단감 농가. 아직 초록빛이어야 할 단감이 벌겋게 익어있다. 김현우 기자 경남 진주시 한 단감 농가. 아직 초록빛이어야 할 단감이 벌겋게 익어있다. 김현우 기자

처서가 지난 후에도 꺾이지 않는 폭염에 경남도 내 과수 농가가 울상을 짓고 있다.

수확을 앞둔 사과와 단감 등에 ‘일소’라 불리는 햇볕 데임 현상이 광범위하게 발생해 추석 제수용 과일 가격이 금값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6일 경남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사과 주산지인 거창군과 밀양시, 함양군에 이어 단감 주산지인 창원시, 진주시, 김해시 등지에서 과일 일소 현상이 확산 중이다.

일소 현상은 여름철 강한 햇빛을 오래 받아 과실이나 줄기가 ‘화상’을 입는 피해를 말한다. 30도 넘는 고온에 강한 직사광선에 장시간 노출되면 발생하는데, 특히 아침부터 해 질 무렵까지 지속적으로 볕이 드는 지역은 발생 가능성이 더 높다.

일소 현상이 발생한 과일은 한 쪽이 실제 화상을 입은 것처럼 벌겋게 달아오르다 심할 경우 속살이 갈색으로 변하며 괴사한다. 이 때문에 탄저병 등 2차 감염 위험도 뒤따른다.

해마다 지역별로 일소 현상은 국지적으로 발생하지만 올해는 유독 범위가 넓다는 게 기술원의 설명이다. 지난 6월부터 이어진 폭염의 기세가 꺾기는커녕 갈수록 강해진 탓이다.

경남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껍질 온도가 45가 넘으면 일소 피해가 시작되는데 50도를 넘어서면 과일이 썩거나 갈색으로 변해버린다. 요즘 같은 폭염에는 껍질이 열을 머금기 때문에 50도를 넘어선다. 작년보다 올해 피해가 더 큰 것 같다. 현재 피해 규모 확인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시기 ‘홍로’를 주로 출하하는 사과 농가는 피해가 더 심한 상황이다. 홍로는 수확 전 잎을 솎아주는데 이 때문에 다른 과일보다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더 길어지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

예년과 비교하면 피해 범위가 커지고 있지만 대책은 마땅치 않다. 현재 일소 피해 예방을 위해선 햇빛 차단을 위한 차광막 설치·꾸준한 관수·탄산칼슘 살포 등 방법이 꼽힌다.

하지만 많은 예산이 드는 데다 탄산칼슘의 경우 과실 표면을 얼룩덜룩하게 만들어 출하를 앞둔 농민들이 이를 망설이고 있는 실정이다.

거창군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오창훈 씨는 “원래 8월 초중순에 일소 현상이 나타나지만 올해는 7월 초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한 달이나 일찍 발생한 것이다. 탄산칼슘을 많이 뿌리면 코팅 효과가 생기지만 농약을 친 것 같은 모습 탓에 과일 상품성에 문제가 생긴다. 시설은 큰돈이 들어 설치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계속되는 폭염은 과실 생육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가을에 수확하는 사과와 배, 단감의 경우 7~8월은 과실이 크는 시기인데 날씨가 너무 덥다 보니 자라지도 않은 상태에서 과일이 익고 있다.

과일 개수는 그대론데 비싸게 팔 수 있는 ‘대과’가 없다 보니 농민들로선 수익이 절반으로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확한 조생종 배. 성과지만 어른 주먹보다 작다. 김현우 기자 수확한 조생종 배. 성과지만 어른 주먹보다 작다. 김현우 기자

진주의 한 배 농가에서는 “과일 크기가 예년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한 나무에 대과는 몇 개 없고 대부분이 소과나 중과 수준이다. 올해 농사는 사실상 망친 셈”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폭염에 과수나무가 맥을 못 추면서 추석에 제수용 과일 가격이 ‘금값’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경남의 사과 재배면적은 3700여 ha로 전국의 11%, 배는 470여 ha로 5%, 단감은 6000여 ha로 67% 정도를 책임지고 있다.

여기에 경북, 전남 등의 과수 농가도 사정이 비슷해 추석을 앞두고 산지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 올 초부터 냉해와 산불, 수해까지 과수 농가에 자연재해 피해가 꾸준히 누적되어 온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 농산물유통 종합정보시스템 ‘농넷’에 따르면 8월 하순 기준 사과 10kg 평균 중도매 가격은 8만 704원으로, 작년 대비 19%, 평년보다는 32% 상승했다. 배와 단감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향후 상황에 따라 가격 변동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정대용 진주 청과시장 상인회장은 “올해는 추석이 좀 늦게 들어서 차후 중만생종 과일이 풀리면 가격이 급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다만 워낙 작황이 좋지 않은 데다 인건비, 운영비 등이 크게 올라 향후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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