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글을 쓰기 힘들 때 수제비를 떠올려라!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열심히 대충 쓰는 사람/윤덕원


책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개인적으로 자주 듣는 말이다. 평소 지인들에게 호소하는 나의 고민 대부분이 “글이 잘 써지지 않아 오늘도 늦게까지 일해야 한다”였고, 그때 들은 답이 “열심히 대충 써”였다. 안타깝게도 열심히 대충 쓰는 방법을 아직도 잘 몰라 여전히 마감을 앞두고 괴로운 밤이 이어진다.

저자는 20여 년간 활동해 온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전곡을 작사, 작곡한 싱어송라이터이다. 몇몇 매체에 꾸준히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다. 쓰기라는 창작 행위를 아주 오랫동안 잘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가 말하는 열심히 대충 쓰기란 무엇일까.

잘하고 싶은 마음은 꾸준히 품으면서도, 완벽하지 않지만 일단 뭐라도 써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란다. 부담감만 느끼고 아무것도 안 하는 상태를 벗어나, 그 순간에만 기록할 수 있는 망설임과 반짝이는 것들을 모아보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재미있고 즐거운 일을 많이 벌이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도 창작을 잘하기 위한 시도이다.

저자는 요즘 글을 쓰기 정말 힘들 때 수제비를 떠올린다고 한다. 속에 든 것을 잘 감싸지 않아도, 아니 속에 든 것이 없더라도 내가 가진 반죽을 적당히 얇고 보들보들하게 밀어서 뚝 뚝 떼어 넣어버리자고 마음 먹는 것이다.

가사, 노래 제목 등의 탄생 과정이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유쾌하게 다가온다. 시의성과 무관하게 두고두고 기억해야 할 사회적 참사를 언급하기도 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개인과 사회가 어떠했으면 좋겠는지도 그려낸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열심히, 그러면서도 대충 무언가를 남긴 저자의 글은 신선하다. 윤덕원 지음/세미콜론/300쪽/1만 8000원.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