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4대 세습' 신고식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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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지도자들은 국제사회에 세습 구도를 늘 드러내 왔다. 1대 지도자인 김일성 주석은 주요 다자외교 행사에 아들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자주 데리고 나갔다. 1957년 소련 10월 혁명 40주년 행사에는 당시 15세였던 김정일 위원장이 동행했다. 1959년 소련 공산당 21차 대회, 1965년 인도네시아 반둥회의 10주년 기념행사에도 함께 참석했다. 김일성은 1974년 지도부 내에서 김정일을 후계자로 확정했지만, 1980년 노동당 6차 대회에서 후계자임을 대내외적으로 공식 천명했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전무후무한 권력세습에 대한 국제사회 비판을 크게 의식했기 때문이다. 이후 김정일 위원장은 1983년 중국을 방문해 덩샤오핑을 만나 북한 후계자로서 형제 국가인 중국의 인정을 받았다.

김정일은 2008년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한 뒤 2010년 9월 노동당 제3차 대표자회를 통해 공표했다. 그러나 김정일이 2011년 사망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충분한 외교 수업을 받지 못했고, 2018년 시진핑과의 북중 정상회담 등을 갖기 전까지 고립된 지도자로 남아야 했다. 북중 관계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온 고모부 장성택 숙청, 핵실험 등으로 눈 밖에 나면서 중국의 ‘축복’을 받지 못한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딸 주애가 동행하면서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지난 2일 베이징역에서 김정은의 뒤에 선 주애는 중국 권력 서열 5위의 영접을 받으며 사실상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다. 주애는 2013년생으로, 열두 살에 외교 활동을 개시한 건 김일성 일가를 지칭하는 ‘백두혈통’ 중 최연소다. 주애는 2022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 때 처음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올 5월 주북 러시아 대사관의 전승절 행사에 김정은과 동행해 외교 행보를 시작했고, 불과 4개월 만에 다자외교 무대에 나온 것이다. 이를 두고 단순한 외교 행사 참석을 넘어 ‘4대 세습’의 후계자 신고식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내년 1월 열릴 제9차 당 대회에서 주애가 후계자로 확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주애가 3일 열병식에는 등장하지 않으면서 ‘후계자 수업’의 일환이라는 시각도 있다. 나이가 어려 후계자로서 당의 공식 직함을 받기까지는 최소 7~8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김주애의 향후 활동과 위상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4대 세습’이 가능할지, 중대 변수가 생길지 알 수는 없지만, 한반도 정세를 가늠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김상훈 논설위원 neato@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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