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조에 고수온, 청수까지…‘삼재’ 덮친 남해안 양식장 ‘시름’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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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조 어류 폐사 110만 마리 훌쩍
통영도 폐사 시작돼 눈덩이 우려
고성 굴·가리비 빈산소수괴 피해
욕지도선 뒤늦은 고수온 신고도

최근 고성군 자란만에 있는 굴·가리비 양식장에서 빈산소수괴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만 51개소, 91어가, 130h다. 이들 어장에선 가리비는 90% 이상, 굴은 60% 상당이 알맹이는 사라진 채 껍데만 남았다. 피해 어장을 찾은 이상근 군수와 최을석 군의회 의장이 실태를 확인하고 있다. 고성군 제공 최근 고성군 자란만에 있는 굴·가리비 양식장에서 빈산소수괴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만 51개소, 91어가, 130h다. 이들 어장에선 가리비는 90% 이상, 굴은 60% 상당이 알맹이는 사라진 채 껍데만 남았다. 피해 어장을 찾은 이상근 군수와 최을석 군의회 의장이 실태를 확인하고 있다. 고성군 제공

“한 놈도 벅찬데, 세 놈이 한꺼번에 덤비니 숨 돌 릴 틈이 없습니다.”

경남 남해안 양식 업계가 연이은 여름 불청객 출현에 비상이다. 고수온에 밀려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가 올여름 뒤늦게 세력을 불린 적조에 양식 어류 떼죽음 피해가 잇따르는 와중에, ‘산소부족물덩어리(빈산소수괴)’로 인한 패류 폐사까지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기록적 폭염에도 무사히 넘기는 듯했던 고수온 피해까지 뒤늦게 보고되는 등 전례 없는 동시 재난에 어민들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9일 고성군에 따르면 최근 자란만 굴·가리비 양식장에서 빈산소수괴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만 51개소, 91어가, 130h다. 이들 어장에선 가리비는 90% 이상, 굴은 60% 상당이 알맹이는 사라진 채 껍데만 남았다. 추정 피해액은 100억 원 이상이다. 고성군은 합동피해조사반을 편성해 현장 확인을 거쳐 복구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빈산소수괴는 용존산소량이 L당 3mg 이하로 떨어지는 현상이다. 빈산소수괴 발생 해역은 플랑크톤과 미생물마저 사멸해 수심 10m 바닥이 훤히 드러날 정도로 투명해진다. 얼핏 맑고 깨끗한 것처럼 보이지만 어민들 사이에선 ‘청수, 죽음의 바다’로 불린다. 애지중지 키운 양식물이 숨을 쉬지 못해 폐사해 버리기 때문이다. 특히 고수온 환경에 장기간 노출돼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는 단기간 발생조차 치명적이다.

지난해 여름 고수온에 이은 빈산소수괴 발생으로 떼죽음 피해가 발생한 고성 굴 양식장. 부산일보DB 지난해 여름 고수온에 이은 빈산소수괴 발생으로 떼죽음 피해가 발생한 고성 굴 양식장. 부산일보DB

실제 작년 여름 굴 양식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굴은 딱딱한 껍데기가 알맹이를 보호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수온 변화에 둔감하지만, 30도를 웃도는 역대급 고수온이 두 달 가까이 이어지다 빈산소수괴가 발생하면서 뒤늦게 폐사를 유발했다. 이로 인해 경남 전체 굴 양식장 3분의 1에 해당하는 1130ha가 초토화됐다. 평균 폐사율은 60%, 심한 곳은 90%를 웃돌았다.

그런데 올해는 평년보다 이른 지난 6월 첫 관측돼 도내 연안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어민들 불안감이 커졌는데,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됐다. 굴수협 지홍태 조합장은 “보통은 적조로 플랑크톤이 이상 증식해 산소가 부족해지면 발생한다. 하지만 올해는 반대였다. 청수에 골병든 상황에 고수온까지 덮치면서 버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명절 대목을 앞두고 반복되는 피해에 어민들은 망연자실이다. 고성가리비자율공동체 공종열 위원장 “예년에 비해 한 2~3배 더 심한 것 같다. 수확해서 빚부터 갚아야 하는데, 이대로는 내년 농사도 불투명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고수온 피해 현장. 부산일보DB 지난해 고수온 피해 현장. 부산일보DB

지난해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남긴 이후, 올해는 그나마 조용히 물러난 듯했던 고수온 뒤끝도 심상찮다. 통영시에 따르면 최근 욕지도 양식어가 61곳이 지난 한 달간 양식 어류 300만여 마리가 고수온으로 폐사했다고 신고했다. 피해 어종은 대부분 조피볼락(우럭)이다. 우럭은 폐사 한계 수온이 28도 남짓인 한류성 어종으로 고수온에 유독 취약하다. 어민들은 지난달 초순 욕지도 해역 수온이 30도에 육박하면서 폐사가 발생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영시 관계자는 “일일이 신고하지 않고 폐사한 어류를 얼려 보관하다 한꺼번에 신고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수온 폐사가 맞는지, 정확한 폐사량이 얼마인지는 조사를 마칠 때까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달 1일부터 경남 전 해역에 발령한 고수온주의보를 현재까지 유지 중이다. 다만, 현재 욕지도를 비롯한 경남 앞바다 수온은 23~27도 정도라 추가 폐사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반면, 적조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9일 오전 기준 경남도가 집계한 적조 피해 추정 폐사량은 115만 8264마리다. 남해군 35어가 89만 1815마리, 하동군 21어가 14만 6689마리, 통영시 16어가 11만 9760마리, 피해액은 31억 6400만 원 상당이다.

거제와 사천에서도 각각 8만 5000여 마리, 1만 2000여 마리가 폐사했지만, 아직 현장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다행히 초반 피해가 집중됐던 남해와 하동은 잦아드는 모양새다. 지난 7일 5만 3000여 마리 이후 사흘째 추가 신고가 들어오지 않았다.

해상 가두리 양식장이 밀집한 통영시 산양읍 연안으로 검붉은 적조 띠가 몰려와 지자체와 어민들이 방제 작업을 벌이고 있다. 간장을 풀어 놓은 듯 검붉은색으로 몰든 게 적조 띠다. 부산일보DB 해상 가두리 양식장이 밀집한 통영시 산양읍 연안으로 검붉은 적조 띠가 몰려와 지자체와 어민들이 방제 작업을 벌이고 있다. 간장을 풀어 놓은 듯 검붉은색으로 몰든 게 적조 띠다. 부산일보DB

문제는 통영이다. 통영에선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폐사 신고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적조에 한 번이라도 노출된 물고기는 당장은 멀쩡해도 며칠 뒤 폐사하는 경우가 허다한 데다, 이미 숨이 끊어진 물고기도 2~3일은 지나야 수면 위로 떠오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추가 피해는 불가피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춤하던 적조도 다시 세력을 불리는 모양새다. 8일 자 수과원 예찰 결과를 보면, 통영 욕지도와 추도, 덕동 연안에서 ml당 1660~3200개체가 넘는 고밀도 적조 띠가 관찰됐다. 남해‧하동을 덮쳤던 적조가 조류를 타고 통영 연안으로 몰려온 것으로 추정된다.

유해 적조는 식물 플랑크톤인 코클로디니움(Cochlodinium polykrikoides) 밀도가 1000개체/ml 이상이 되면 어류 폐사를 유발한다.

7월 말 기준 경남도내 전체 어류 양식장은 311곳, 402ha, 입식량은 1억 7900만여 마리다. 이중 전반이 넘는 225ha가 통영 연안에 몰려있다. 입식량도 1억 2500만여 마리로 압도적이라 통영에서 피해가 본격화하면 자칫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수과원은 “이번 주 조수 간만의 차가 커지는 대조기에 접어들면서 외해에 있는 적조 띠까지 연안 양식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주변 양식장에서는 반드시 먹이 공급량 조절과 야간 산소발생기 가동, 적극적인 적조 방제 활동 등 피해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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