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질환’이라 생각하면 오산… 통풍, 갱년기 여성 노린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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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경 이후 발병률 특히 높아
발목·무릎 통증 관절염 오인
만성되기 전 조기 진단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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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만 스쳐도 아픈 ‘통증의 왕’으로 꼽히는 통풍. 고기와 술을 즐기는 중년 남성의 병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완경 이후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면서 중장년 여성들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질환이 됐다.

통풍은 혈액 내 요산 수치가 높아지면서 관절이나 주위 조직에 요산 결정이 침착해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요산이 계속 축적되면 관절 파괴는 물론이고 만성 신장병, 심혈관질환, 고혈압 등 중대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성의 경우 완경 전에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요산 배설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데, 완경 후 호르몬이 급감하면서 통풍 발병률이 가파르게 증가한다.

중장년 여성 통풍환자 증가는 수치로도 확연히 드러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24년 질병통계에 따르면 여성 통풍 환자는 10대 337명, 20대 1800명, 30대 3001명, 40대 4870명 수준이다. 하지만 완경 이후인 50대엔 7536명으로 급증하며, 60대는 8629명으로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여성 통풍의 원인은 남성과 달리 고혈압과 당뇨병, 만성콩팥병, 이뇨제 사용 등 대사성 질환을 동반한 경우가 많다. 이 같은 대사성 질환으로 인해 요산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통풍 발병률이 높아지는 만큼 식습관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증상 부위도 다르다. 남성의 경우 주로 엄지발가락 관절에서 급성 통증이 시작되지만, 여성은 발목이나 무릎과 같은 비전형적인 관절에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단순 관절염이나 다른 질환으로 오인돼 진단이 늦어지는 사례도 많다는 것이 의료계의 설명이다. 무릎과 발목에 급작스럽게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고 발작이 동반된다면 통풍을 의심해봐야 한다.

여성 통풍을 치료하기 위해선 통풍이 고령층 여성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와함께 통풍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생활습관 개선도 달리 접근해야 한다. 남성은 술이나 고기 섭취 제한이 핵심이지만 여성은 액상과당이 포함된 가공 음료 섭취를 줄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카페인 성분의 음료 역시 통풍에 좋지 않지만 과당이 특히 나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커피를 마셔야 하는 경우엔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이 좋다. 타트페놀 성분의 영양제는 요산 배출을 촉진하고 요산 수치의 균형 유지를 도와준다고 알려져 있어 복용하는 것도 통풍 예방과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여성의 경우 통풍이 전형적인 증상으로 나타나지 않고 동반질환과 겹치면서 만성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조기 진단이 더욱 중요하다.

봉생기념병원 정형외과 장재원 의무부원장은 “여성 통풍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질환이지만, 만성화되면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며 “환자와 의료진 모두 여성 통풍의 존재를 명확히 인식하고, 성별에 따른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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