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빠진 ‘조희대 청문회’… 대법원 국감 일정 늘린 민주당
“숨을 곳 없을 것” 법사위서 민주당 주도로 일방 변경
국감 일정 늘리고, 현장 국감도 진행…압박 수위 높여
국힘 “대법원 노골적 압박…이 대통령 유죄에 보복”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위원장이 대법원에 대한 현장검증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을 의결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등 위원들이 항의하며 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30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지만, 조 대법원장을 비롯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주요 증인들이 예고대로 대부분 불참했다. 이에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조 대법원장 등을 성토하면서 내달 대법원을 상대로 국정감사 일정을 늘리고, 현장 국감을 진행키로 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법사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025년도 국정감사계획서 변경의 건’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대법원을 압박하는 듯한 국감 계획에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이 재개되면 대통령 자리에서 쫓겨날까 봐 대법원을 흔드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며 반대했지만 민주당과 친여 성향 야당 의원들이 전원 찬성해 가결됐다.
지난 24일 법사위는 79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달 13∼31일 국정감사를 진행하는 계획서를 채택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에 대한 감사는 10월 13일 하루 국회에서 열기로 정해졌다. 그러나 이날 변경안에서는 대법원 국감을 10월 15일 하루 더 추가하고, 감사 장소도 대법원으로 결정해 현장검증 형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13일 대법원 국감은 그대로 국회에서 열린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자초한 일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서영교 의원은 “조희대 일정을 (대법원 측에) 요구했더니 5월 1일 파기환송 한 것도 일정에 안 넣어서 (보내) 왔다. 이런 가짜 일정을 보냈다는 것에 대해 현장에 나가서 철저하게 감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김기표 의원은 조 대법원장을 ‘나으리’로 칭하면서 “‘우매한 백성들은 지도자를 스스로 뽑을 권리가 없다. 우리 같은 귀족과 기득권이 간택해주는 몇 명의 사람 중에서만 뽑을 수 있을 뿐’이라는 게 (5월 1일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의 뜻”이라고 비꼬았다. 이어 “조희대 나리께서 국민 앞에 나오기 번거로우시면 그때는 저희가 직접 찾아가 ‘알현’하겠다. 그때는 아마 숨을 곳이 없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번 청문회 개최의 빌미가 됐던 조 대법원장과 한 전 총리 등의 이른바 ‘4인 회동설’에 대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당 소속 서영교·부승찬 의원이 제기한 해당 의혹은 지금까지 별다른 근거가 제시되지 않아 ‘가짜 뉴스’가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에 조 대법원장, 한 전 총리와 함께 민주당·조국혁신당이 증인으로 채택한 오경미·이흥구·이숙연·박영재 대법관,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지귀연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등은 이날 청문회에 앞서 모두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국감 일정과 장소를 바꿨다며 반발했다. 곽규택 의원은 “갑자기 대법원에 가서 국정감사를 하는 일정이 추가됐다. 지난번 국감계획서 의결 시에는 모두 국회에서 하고 현장에 가지 않는 이유까지 상세히 설명했었다”면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국감을 하루 더 하고, 현장에 가겠다는 것은 국감을 대법원 압박 수단으로 사용한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같은 당 주진우 의원도 “민주당이 대법원장에 대해 탄핵 협박, 사퇴 강압, 청문회 소환까지 하는 것은 이 대통령에게 유죄를 줬다고 보복하는 것이고, 이재명 재판을 없애겠다고 사법부를 흔드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