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종전안에 이스라엘 합의… 가자 전쟁 중대 기로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트럼프·네타냐후 29일 정상회담
하마스가 동의할지가 최대 관건
미 “거부 땐 이스라엘 전폭 지지”
중동 평화 큰 그림 완성할지 주목
평화 안착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공개한 ‘가자 평화 구상’에 전쟁 당사자인 이스라엘이 합의하면서 2년 가까이 이어진 가자 전쟁이 중대 기로를 맞았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동의한다면 가자 전쟁 2년을 앞둔 시점에서 전쟁이 중단되고 인질 석방과 가자지구 통치 체제 정비 등 후속 조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반면 하마스가 이번 종전안을 거부할 경우 미국과 이스라엘 모두 이에 대한 고강도 조치를 예고하고 있어 중동 정세가 한층 더 불안정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가자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구상을 공개하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개 항목으로 구성된 평화 구상에서 “가자지구는 테러 없는 지역이 되고, 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해 재개발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구상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합의를 수용한다면 전쟁은 즉시 중단되며 모든 인질은 72시간 이내에 석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질 석방 뒤 평화적 공존과 무기폐기를 약속하는 하마스 구성원은 사면하고 이스라엘군도 단계적으로 철수하게 된다고 전했다.

전후 가자지구는 임시 과도 통치기구의 통제를 받게 된다. 팔레스타인 주민과 전문가로 구성된 중립적 팔레스타인 위원회가 일상적 행정 업무를 맡게 되며, 이 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장을 맡는 새로운 국제관리기구인 평화위원회의 관리와 감독을 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구상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이집트, 터키, 파키스탄 등 주요 아랍국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회견에서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위한 당신(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을 지지한다”며 합의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하마스는 무장 해제될 것이고 가자는 비무장화될 것”이라며 “가자지구에는 하마스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도 운영하지 않는 평화로운 민간 정부가 수립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정상은 하마스가 이번 평화 구상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가 합의를 거부하거나 일단 수락한 뒤 사실상 합의를 어길 때 “이스라엘은 스스로 임무를 완수할 것”이라며 하마스 제거 작전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하마스가 종전안을 거부한다면 “이스라엘이 해야 할 일을 하는 데 있어 더욱 전폭적인 지지를 받게 될 것”이라며 이스라엘 지원 방침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가자 종전안을 발판으로 중동 평화라는 큰 그림을 완성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종전 합의가 최종적으로 이뤄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관리기구인 평화위원회 의장을 직접 맡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뒤 ‘피스메이커’ 역할을 자임하는 것은 노벨평화상 수상을 향한 개인적 열망과 떼놓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평화 구상에 대해 하마스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격적인 평화 구상을 내놨지만, 최대 변수는 하마스의 동의 여부다. 로이터, AFP 통신에 따르면, 하마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구상 관련 “아직 문서를 못 받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마스의 동의 여부는 평화구상의 마지막 관문이지만, 지도부의 공식 입장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가자지구 평화구상이 이스라엘과 주변국의 지지를 얻고 있으나 평화 안착에 이르는 길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어느 때보다 넓은 지지를 확보했다는 점은 장점이나 아직은 대략적인 청사진에 불과하고 전쟁 당사자인 하마스가 동의할지도 아직은 의문이어서 실제 실행엔 걸림돌이 많을 것이란 전망이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