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라 해외무역관 73% 투자유치 성과 ‘0’…혈세 낭비”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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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개 무역관 중 94곳 작년 투자유치실적 전무
일관성 없는 성과지표에 성과 부풀리기 의혹도
구자근 “경영 효율성 원칙 부합하게 정비·전환 필요” 

코트라(KOTRA) 외경. 코트라 제공 코트라(KOTRA) 외경. 코트라 제공
구자근 의원실 제공 구자근 의원실 제공

수출과 무역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코트라(KOTR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해외무역관 10곳 중 7곳은 지난해 투자유치 실적이 전혀 없는 등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경북 구미갑)이 10일 코트라의 해외무역관 운영 실적을 점검한 결과에 따르면, 일부 무역관의 성과가 전무하거나 ‘사업 미수행’으로 조사되는 등 법적 설립 취지를 못 살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법’ 제1조는 코트라의 설립목적으로 ‘무역 진흥과 국내외 기업 간의 투자 및 해외시장 개척, 중소기업 해외진출 지원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5년간 성과 자료에 따르면 다수의 해외무역관이 이러한 법적 취지와 동떨어진 운영 실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25년 기준 코트라는 85개국에 131개의 무역관을 운영 중이다. 특히, 최근 5년간 4개의 무역관이 신설되는 등 무역관 확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해외무역관 운영성과 자료에 따르면 작년 129개 무역관 중 외국인 투자유치실적을 기록한 무역관은 35곳에 그쳤고, 나머지 94곳은 사업실적이 전무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법 제10조는 공사의 사업 범위를 규정하고 ‘외국인투자 유치의 촉진 및 지원’이 명시돼 있다. 즉, 법률상으로 전 세계 코트라 조직망이 투자유치 기능을 기본 임무로 가져가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코트라는 투자유치 전담 무역관(뉴욕, 실리콘밸리, 런던, 싱가포르 등)을 두고 나머지 무역관은 투자 비담당으로 분류해 주로 무역·수출 지원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에서 질의 중인 구자근 의원. 구자근 의원실 제공 국회에서 질의 중인 구자근 의원. 구자근 의원실 제공
구자근 의원실 제공 구자근 의원실 제공

현행 ‘해외무역관 운영기준’에서 정한 해외무역관 폐쇄기준에 따르면 개설 후 2년이 경과한 무역관을 대상으로 매년 시장가치와 무역관 운영성과 및 전략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폐쇄 여부 등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인 폐쇄기준은 국가 수출액, 수출창출액 및 대한 투자신고액 실적에 따르고 전략적 검토 요소로 투자유치, 해외투자진출, 플랜트 수출 등 특화된 산업 또는 지원 분야가 있는 무역관 및 미수교국 진출 등 정부정책상 중요한 무역관 등은 존치토록 돼 있다.

그러나 최근 5년간 저성과에 따라 폐쇄된 무역관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파리, 민스크, 보고타 무역관의 경우 3년 연속 저성과 무역관으로 조치 대상에 올랐으나, 운영비 감축 등의 조치만 이뤄졌다.

한편 공사의 성과지표 또한 매년 변경되어 2022년에는 ‘신시장 개척 실적’이 ‘내수기업 수출기업화 실적’으로 변경됐고, 2023년에는 ‘성약바이어 확대 실적’이 ‘디지털 무역확대 실적’으로 대체되는 등 일관성 없는 성과지표로 평가를 어렵게 하고 성과를 부풀리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구자근 의원은 밝혔다.

현재 코트라는 131개 무역관에 404명의 직원이 파견돼 있다. 코트라는 해외무역관 운영비로만 작년 기준 330억 원 수준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으며, 최근 5년간 약 1415억 원이 무역관 운영비로 지출됐다.

구자근 의원은 “성과 없는 무역관 존치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 규정한 경영 효율성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며 “코트라는 설립 취지에 맞는 무역관 정비와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매년 성과지표를 바꾸는 대신 ‘코트라 해외조직망 운영규정’에 따른 일관된 성과평가 체계를 마련함으로써 저성과 무역관에 대한 실질적 폐쇄 및 통폐합, 기능전환 등을 통해 국민 세금이 올바르게 쓰일 수 있도록 개선할 것”이라 밝혔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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