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만요 ‘카톡팝’ [키워드로 트렌드 읽기]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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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가 9월 23일 경기 용인시 카카오AI캠퍼스에서 열린 '이프(if) 카카오' 콘퍼런스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가 9월 23일 경기 용인시 카카오AI캠퍼스에서 열린 '이프(if) 카카오' 콘퍼런스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하순 15년 만에 진행된 카카오톡의 전면 개편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추석 연휴 전까지 애플리케이션 리뷰에 쏟아졌던 ‘1점 평점’ 폭주는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이용자들이 여전히 혹평을 남기면서 이미 최악을 찍어버린 평점 역시 ‘롤백(되돌리기)’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여러 기획자의 결과물이 아닌, 사실상 특정 인사의 지시에 따라 진행됐다”는 주장이 올라온 뒤로는 이번 개편을 총괄한 홍민택 카카오 최고제품책임자(CPO)를 겨냥한 비난도 온라인에서 이어지고 있다.

메신저 본연의 기능을 무시한 채 젊은 층의 유행만 억지로 따라가려다 어느 세대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업데이트를 강행했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여기에 40대인 홍 CPO의 실제 나이를 비꼬면서 ‘영 포티(Young Forty)’ 감각으로 오히려 ‘쉰내 나는 인스타그램’을 만들었다는 조롱도 쏟아졌다. 여기에 누리꾼들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든 다양한 장르의 풍자곡을 하나둘 공개했고, 어느덧 ‘카톡팝(카카오톡+팝송)’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그 중 ‘카카오는 이제 가난하다고’라는 콘텐츠는 AI로 만들어진 고퀄리티 뮤직비디오가 입소문을 타면서 열흘 만에 유튜브에서 80만 조회수를 넘겼다.


'카카오는 이제 가난하다고' 뮤직비디오. 유튜브 '이딴게' 채널 '카카오는 이제 가난하다고' 뮤직비디오. 유튜브 '이딴게' 채널

카톡팝은 당대의 세태를 반영한 재밌는 가사 속에 서민들의 해학이 담겨있다는 점에서 일제 강점기에 등장한 ‘만요(漫謠)’와도 비슷한 구석이 많다. 이 때문인지 1930년대 만요인 ‘왕서방 연서’를 패러디 한 카톡팝도 존재한다. 다만 카톡팝 제작자들이 기존 곡을 개사할 때는 대체로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나온 대중가요나 ‘로보트 태권 V’ 같은 애니메이션 주제가들이 40대라는 나이를 놀릴 목적으로 채택된다. 쉬운 예로 1988년에 발표된 ‘담다디’는 발음이 유사한 신조어 ‘감다뒤(감 다 뒤졌다)’로 바꾸는 식이다. 혹은 노래방에서 자주 불리는 ‘돌리도’, ‘무조건’, ‘신토불이’ 같이 밝은 분위기의 트로트도 ‘부장님 감성’ 소재로 곧잘 쓰인다.

그런데 풍자를 당하는 입장인 홍 CPO 측에서는 자신을 소재로 한 카톡팝 콘텐츠에 대해 초상권 침해와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유튜브에 ‘임시조치’를 요청하면서 사태는 괜히 ‘긁어 부스럼’이 되는 모양새다. 여기에 인터넷 위키백과 나무위키를 상대로 “내용의 진위를 확인할 자료가 제시되지 않은 채 허위 사실이 적시됐다”면서 변호인을 통해 자신과 관련된 일부 내용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한 사실도 알려져 ‘여론 검열 논란’으로도 옮겨붙었다. 하지만 나무위키에서는 문서 작성자의 이의제기로 인해 사흘 만에 결국 문서가 도로 복구돼 버렸고, 아직 살아남은 카톡팝 콘텐츠의 유튜브 조회수들은 되레 급격히 늘어나 버렸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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