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금융사고 급증에도 성과급 ‘펑펑’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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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고액 작년보다 44%↑
임원 1인 평균 3억 원 넘기도
당국 ‘퇴직 후에도 성과급 환수’ 추진

주요 시중은행들이 금융사고 급증에도 불구하고 임원들의 성과급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시내 시중은행의 모습. 연합뉴스 주요 시중은행들이 금융사고 급증에도 불구하고 임원들의 성과급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시내 시중은행의 모습. 연합뉴스

주요 시중은행들이 금융사고 급증에도 불구하고 임원들의 성과급을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사상 최대 이익의 과실을 본인들만 누리고, 사고로 인한 손실을 사회에 전가한다는 비판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성과보수 체계 개편에 착수했다.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은행 임원 성과급은 총 142억 원, 1인당 3억 1521만 원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 임원의 성과급이 3억 원을 넘어선 것은 최근 5년 기준으로 처음이다. 2023년(총 91억 원, 1인당 2억 2131만 원)에 비해서도 규모가 크게 늘었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임원 성과급도 총 89억 원, 1인당 1억 2040만 원으로, 2023년(총 48억 원, 1인당 7120만 원) 대비 약 두 배로 늘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전체 임직원 성과급이 각각 1480억 원, 1077억 원 수준이었다. 신한은행은 2023년에 비해 3%가량 증가했으나, 우리은행은 33% 줄었다.

대부분 은행의 성과급은 늘어나는 동안 금융사고는 오히려 증가세를 보였다. 이헌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8월 4대 시중은행의 금융사고 건수는 74건, 사고 금액은 197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62건·1368억 원)보다 각각 19.4%, 44.2% 늘어난 수치다.

문제는 지난 2016년부터 올해 8월까지 4대 시중은행 임원이 금융사고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제재를 받은 사례는 없다는 점이다. 이에 경영진들이 실적에 따른 성과급은 챙기면서 금융사고 손실은 사회에 떠넘긴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사고가 생기면 보수를 환수하는 ‘클로백(clawback) 제도’ 도입을 위한 법제화를 검토 중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임원 성과급의 40% 이상을 최소 3년간 이연 지급하게 돼 있다. 단기 성과에 치우친 보상을 막기 위한 장치다. 이연 기간 중 손실이 발생하면 성과보수를 재산정하도록 하고, 재무제표가 오류나 부정으로 정정될 경우 이미 지급된 성과급도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금융회사 내규에서 조정·환수 사유나 절차가 불명확한 경우 많아 조정·환수까지 이뤄지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금감원의 점검 결과 작년 금융권 전체 성과보수 환수액은 9000만 원으로, 지급된 성과급 총액(1조 원) 대비 0.01%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해외 주요국 사례를 참고해 클로백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퇴직 이후라도 금융 사고가 드러나면 임원들 성과급을 환수하는 강력한 방안까지 추진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이번 대선에서 ‘금융사고 책임 떠넘기기 근절’을 공약한 만큼 이번 체계 개편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1일 국정감사에서 “상품을 출시해서 단기 실적이 좋으면 인센티브 굉장히 많이 받아 가고 사고가 나면 책임지지 않는 일이 반복됐다”며 “성과급을 장기 이연하고, 평가 이후 (손실 등이 날 경우) 환원하는 시스템을 대폭 보완 중”이라고 밝혔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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