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교 원로’ 김영남 전 상임위원장 97세로 별세…김정은 조문·애도
노동신문, 김영남 전 상임위원장 사망 보도
국장으로 장례 진행…김정은 새벽 조문
통일부 “남북대화 물꼬 튼 인물…애도 표명”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방남한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통일부가 주최한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강원도 강릉 스카이베이호텔에 도착, 손을 들어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의 3대 지도자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시대를 모두 함께한 권력자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3일 사망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영광스러운 우리 당과 국가의 강화발전사에 특출한 공적을 남긴 노세대 혁명가 김영남 동지가 97살의 일기로 서거했음을 전체 당원들과 인민들에게 알린다”고 보도했다. 사인은 ‘암성중독에 의한 다장기부전’으로, 그는 지난해 6월부터 대장암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상임위원장의 장례는 국장으로 치러진다. 국가장의위원회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포함해 박태성 내각총리,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고위 간부들이 모두 포함됐다. 조문은 4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되고, 발인은 5일 오전 9시로 예정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오전 1시 주요 간부들과 함께 김 전 상임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평양시 보통강구역 서장회관을 찾아 조문했다.
김 전 상임위원장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지도자 시절, 당 국제부와 외무성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1998년부터 2019년까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맡아 20년 넘게 공식 권력서열 2위 자리를 유지했다. 특히 그는 외교무대에서 다른 나라 고위급 인사들과 교류하며 대외 관계를 이끌었다. 노동신문은 그의 생애를 “당과 수령의 품속에서 가장 고귀한 영예를 지니고 깨끗한 충실성과 높은 실력으로 혁명에 충실해온 빛나는 생애”라고 평가했다.
그는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에도 방북한 정상급 인사를 영접하는 등 주요 외교 역할을 수행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함께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방남해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면담했다. 개막식에서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할 때 눈물을 흘리는 그의 모습은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2019년 91세를 끝으로 60년 넘게 이어온 공직 생활을 마무리했다.
통일부는 김 전 상임위원장의 사망 소식에 조전을 보내 애도의 뜻을 표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조의문에서 “김영남 전 위원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북측 대표단을 이끌고 방남하여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기여한 바 있다. 또 2005년 6월과 2018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평양에서 김영남 전 위원장을 만나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를 위해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북측 관계자 여러분께도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일 새벽 1시 주요 간부들과 함께 김영남의 시신이 안치된 평양시 보통강구역 서장회관을 찾아 조문한 모습. 연합뉴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