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잠 확보' 거센 반발…이 대통령 대북 구상 꼬이나
북한, 한미 겨냥 "대결 의지 집중적 표현"
핵잠 건조 승인, 비핵화 등 거론하며 반발
대통령실 군사 대화 제안 하루 만의 비판 논평
대통령실 "적대 의사 아니다" 달래기
정부가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북한에 공식 제안한 가운데 18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와 개성공단 일대에서 철새들이 남북을 가르며 날아 가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18일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와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을 겨냥해 “대결 의지의 집중적 표현”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전날 정부가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공식 제안한 지 하루 만의 비판 입장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 소통 구상에 차질이 빚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변함없이 적대적이려는 미한동맹의 대결선언’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한미가 “우리의 합법적인 안전상 우려를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지역 정세 긴장을 더욱 격화시키고 있다”며 “국가의 주권과 안전이익, 지역의 평화수호를 위한 보다 당위적이며 현실대응적인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국의 핵잠 건조 승인에 대해서도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는 ‘자체 핵무장’의 길로 나가기 위한 포석으로서 이것은 ‘핵 도미노 현상’을 초래하고 보다 치열한 군비 경쟁을 유발하게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대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쓴 것을 두고 “우리 국가의 실체와 실존을 부정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그간 메시지 수위를 조절해오던 북한이 한미 팩트시트 내용을 기반으로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전날 북한에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공식 제안했지만, 북한이 이날 이같은 비판 성명으로 대응한 셈이다. 대통령실은 전날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북한에) 군사분계선 기준선 설정에 대한 논의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비무장지대(DMZ) 내 경계선이 다소 모호해지면서 북한군이 우리 지역을 침범하는 등의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 충돌 방지를 위한 논의 테이블을 차리자고 제의한 것이다.
남북 군 당국 대화 제의 하루 만에 북한이 냉랭한 반응을 보이자 대통령실은 이날 입장을 내고 “정부는 조선중앙통신의 논평과는 달리 북측에 적대나 대결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공지를 통해 “남북 간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해 일관되게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한미 간 안보 협력은 안보를 튼튼히 하고 국익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는 앞으로도 한미동맹이 한반도와 역내 평화 안정에 기여할 수 있게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 아닌, 평화 안정 기여 차원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북한과 대화를 통한 소통 채널 확대를 모색하고 있지만, 좀처럼 관계를 좁히진 못하는 형국이다. 앞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깜짝 회동’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이 또한 무산됐다. 한국의 핵잠 건조 승인 등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만큼, 정부는 한동안 유화적인 메시지를 통해 북한 ‘달래기’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