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임금근로자 32%가 비정규직, 21년만에 최고
청년층 비정규직 257만명…10년 새 44만 5000명↑
3분기 '쉬었음' 73만명, 최대…정부 '일자리전담반' 가동
지난 10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2025 부산청년 글로벌 취업박람회’가 청년 구직자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신규채용 일자리가 줄고 비정규직 비중이 늘어나는 등 20·30대 청년층 고용 부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전반적인 경기 둔화로 비교적 안정적 일자리인 제조업·건설업 고용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데다가, 기업의 수시·경력직 채용 관행, 인공지능(AI) 등장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청년 일자리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
23일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20·30대 임금근로자는 811만 명으로 집계됐다. 20·30대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은 257만 명, 비정규직 비중은 31.7%로, 2004년 이후로 21년만 에 비중이 가장 높았다. 청년층이 좁은 취업 문을 뚫고 들어가도 일자리 안정성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뜻이다.
최근 10년간 변화는 더욱 극명하다.
20·30대 정규직은 2015년 612만 8000명에서 올해 554만 1000명으로 10년 새 58만 7000명 줄어든 반면, 비정규직은 같은 기간 44만 5000명 늘었다.
※한시적·시간제·비전형 등 비정규직 근로 형태별로 중복되는 경우 있음. 자료: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
비정규직 유형 중에서는 기간제 근로자가 가장 많이 증가했다.
2015년 20·30대 기간제 근로자는 104만 8000명이었는데, 올해 159만 명으로 약 54만 2000명 늘었다. 같은 연령대 임금 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12.7%에서 올해 19.6%로 확대됐다.
계약 기간이 정해진 기간제 근로자는 고용주가 2년 이내에 쉽게 계약을 종료할 수 있어 기업들이 고용계약 자체를 단기적·불안정 형태로 전환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년층 일자리에 '경고등'이 커진 상황에서 신규채용의 질(質)도 좋지 않다는 의미다.
올해 2분기(4~6월) '30대 이하' 임금근로 일자리 수는 744만 3000개로, 이 가운데 신규채용 일자리는 240만 8000개로 32.4%에 불과했다. 신규채용 비중은 2018년 통계 작성 이래 2분기 기준 가장 낮다.
30대 이하 신규 채용 일자리는 2023년 -6만 8000개, 2024년 -20만 1000개, 올해 -11만 6000개 등 3년 연속 감소세다. 전체 임금근로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36.0%, 33.6%, 32.4% 등으로 줄고 있다.
청년층이 노동 시장에 진입하는 문이 갈수록 좁아지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고용 불안이 청년층의 '쉬었음'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불안정한 비정규직 일자리를 전전하거나, 질 낮은 일자리에 대한 회의감으로 구직 활동을 중단하고 '더 나은 일자리'를 기다리는 청년층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3분기(7~9월) 기준 20·30대 '쉬었음' 인구는 73만 5000명으로,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로 같은 분기 기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쉬었음' 인구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노동 시장에서 이탈한다. 고용률 산정 시에도 포함되지 않아 고용률이 실제보다 좋아 보이는 '착시'를 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3분기 기준 20대 고용률은 60.8%로 4년 연속 60%대를 유지하고 있고, 30대 고용률은 81.0%로 199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신규 일자리 감소와 고용 불안정 심화는 청년들을 노동 시장 주변부로 밀어내 자칫 '프리터족'(Freeter·프리랜서, 아르바이트의 합성어)으로 몰 수 있다"며 "청년층의 고용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년 일자리 부진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전반적인 경기 둔화로 제조·건설업이 장기간 불황을 겪고 있고, IT제조업·금융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은 소수의 고숙련 인력만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등장의 영향도 크다. 기업의 수시·경력직 채용 관행 역시 신규채용을 더욱 어렵게 한다.
지난 9월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하반기 대졸 신규채용 계획이 없거나 미정이라는 응답이 62.8%에 달했다. 연차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 중장년층 고용 유지 부담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21일 관계부처 합동 '일자리 전담반'을 주재하며 "AI·초혁신 성장을 통해 신산업 분야에서 청년 선호 일자리를 창출하고, AI 교육·직업훈련을 대폭 확대해 취업 역량을 높이겠다"며 "AI 분야 벤처창업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