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계엄 사과해야”…강성파와 거리두기?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국힘 소속 광역단체장 중 첫 요구
내년 지선 앞두고 부동층 포섭 전략

박형준 부산시장. 연합뉴스 박형준 부산시장.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장외 투쟁과 강성 지지층 결집에 당력을 집중하는 전략을 택한 것과 달리 박형준 부산시장은 “계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며 당 지도부와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보수 우세 지역으로 분류되는 부산의 여론이 심상치 않은데,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당 지도부의 행보가 득이 없다고 박 시장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 지방선거 6개월여를 앞두고 자리를 수성해야 하는 박 시장이 적극적으로 부동층 끌어안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박 시장은 지난 23일 부산 동서대 센텀 캠퍼스에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주제로 열린 시사 대담에서 “곧 계엄 1년인데 상대가 아무리 입법 독재를 하고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더라도 계엄을 자제하지 못해 국민이 만들어준 정권을 3년 만에 헌납한 것은 잘못”이라며 “국민의힘이 분명하게 국민에게 정말 잘못된 일이고 미안한 일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런 이야기조차 무서워한다면 보수의 가치가 분명해지지 않는다”며 “대한민국 보수는 이승만부터 윤석열 대통령까지 성과와 얼룩을 함께 남겼고 보수가 희망이 있는 건 얼룩에 대해 성찰하고 다시 얼룩을 만들지 않으려 노력하고 혁신한 역사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에게 사과하는 걸 두려워하고 주저할 필요가 없다”며 “상대가 밉고 정말 잘못한다고 해서 우리의 잘못이 가려지는 것이 아니며 그런 태도와 기준으로 다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국민의힘 소속 현역 광역단체장 중 12·3 불법 계엄 1년을 앞두고 사과를 공개 촉구한 건 박 시장이 처음이다.

박 시장이 이처럼 강경 투쟁 노선을 택한 당 지도부의 입장과 다소 선을 긋는 건 내년 지방선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은 10·15 부동산 대책, 대장동 항소 포기 등 여권의 각종 악재에도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0~21일 전국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부산·울산·경남(PK)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43.1% 국민의힘 41.2%로 오차 내 민주당이 앞섰다. 한국갤럽의 지난 18~20일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도 PK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9%로 민주당(31%)보다 2%포인트(P) 낮았다. 무당층은 30%로 전국 통틀어 PK에서 무당층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는 PK 유권자가 정치적 대안으로 국민의힘을 선택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언제든 중도층이나 비판적 보수층 지지 세력이 이탈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우리가 황교안”이라고 외치거나 극우 세력과 연대할 가능성을 시사했는데, 이에 중도 성향과 비판적 보수 지지층이 국민의힘을 외면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강성 지지층에 매몰돼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유권자를 겨냥한 메시지를 내놓지 못하면서 외연이 축소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당 지도부의 ‘우향우’ 기조에 당장 내년에 선거를 치러야 하는 국민의힘 광역단체장들은 우려하고 있다. 박 시장은 최근 강경 보수층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여권의 실책을 부각하면서 부동층을 끌어안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박 시장의 ‘계엄 사과 발언’은 강성 당심에 호소하는 당 지도부의 행보가 내년 선거에서 득이 될 게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12·3 불법 계엄 1년을 앞두고 여권이 내년 지선을 겨냥해 현역 국민의힘 광역단체장에 대해 맹공을 퍼부을 가능성이 큰데, 박 시장의 이 같은 계엄 사과 발언은 합리적인 보수 이미지를 가져가며 여권의 공세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한편 리얼미터 조사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한국갤럽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