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오션, 운임 치솟는데 주가 제자리…주주환원 부족이 ‘발목’
PBR 0.35, 코스피 평균 1.29에 못 미쳐
보유 자산 매각해 청산이 낫다는 의미
벌크선 운임 11월 2000 넘어 ‘이례적’
실적 기대감 커지지만 꿈쩍 않는 주가
잉여금 2조 넘지만 배당은 600억 수준
증권가 “자사주 매입·소각이 효과적”
팬오션이 도입한 30만DWT급 VLCC ‘GRAND BONANZA’호. 팬오션 제공
팬오션이 주력 사업인 벌크선 운임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여전히 저평가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조 원이 넘는 이익잉여금을 쌓아왔지만 주주에게 충분히 환원하지 못한 영향이라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자사주 매입·소각 등 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기준 팬오션의 PBR은 약 0.35배로 최근 6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보유 자산을 전부 매각해 청산하는 것보다 현재 주가가 더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의미다. 코스피 평균 PBR(1.29배)이나 팬오션이 속한 KRX 운송 지수(0.68배)와 비교해도 크게 뒤처진다. 동종 업계인 HMM(0.59배)과 흥아해운(1.66배)에 비해서도 낮다.
팬오션 주가는 코스피가 강한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동안에도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코로나19 특수로 고운임 혜택을 누리며 2023년 4월 6870원을 기록했지만, 최근 3670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해운업 전반의 경기 둔화 우려가 영향을 미쳤지만, 최근 벌크선 시황이 뚜렷하게 반등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가 부진이 더욱 눈에 띈다.
벌크선 운임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 21일 기준 2275포인트(P)로 2024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11월 평균 역시 2000P를 넘었는데, 이는 2010년 이후 단 두 차례만 나타난 이례적인 흐름이다. 벌크선은 컨테이너선에 비해 미중 관세 분쟁의 직접적인 영향이 크지 않고, 미국산 곡물 수입 루트 조정 과정에서 공급 병목이 발생하면서 운임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벌크선 사업은 팬오션 전체 매출의 70~80%를 차지하는 만큼 운임 호조는 실적 개선 기대를 키울 수 있는 핵심 요소다. 그럼에도 주가가 반응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증권업계는 주주환원책의 부족을 지적한다.
팬오션은 지난해 보통주 기준 주당 150원을 배당해 배당 성향 23.9%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11.8%, 2023년 18.5%에 비해선 높아진 수치지만 같은 해 코스피 배당법인 평균 배당 성향 34.74%에는 미치지 못한다.
팬오션의 주주환원 여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3분기 말 기준 이익잉여금은 2조 479억 원에 달한다. 2022년 1조 4747억 원에서 시작해 매년 2000억 원 안팎으로 증가할 정도로 재무 건전성은 탄탄하다. 그럼에도 지난해 배당 규모는 641억 원에 그쳤다.
NH투자증권 정연승 연구원은 “팬오션의 밸류에이션(기업 평가가치)은 글로벌 벌크선사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한데, 이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주주환원 정책에 기인한다”며 “배당 성향 확대도 중요하지만, 순자산가치나 순자본 대비 저평가가 심한 상황에서는 자사주 매입·소각이 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