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의회 난데없는 ‘조진웅 논란’에 시끌…무슨 일?
민주당 이태열 의원 배우 옹호 발언
“30년 전 일 끄집어 내 ‘인격 살인’”
국힘 거제 여성위 ‘명백한 2차 가해’
공개 사과와 의원직 즉각 사퇴 요구
배우 조진웅 씨의 소년범 전력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진영 간 갈등으로 비화하는 와중에 경남 거제시의회에서도 이를 옹호하는 발언이 나와 논란이다.
국민의힘 거제시당원협의회 여성위원회는 10일 성명을 통해 “성폭력·강도·강간 사건의 가해자 논란과 관련해 ‘인격 살인’ 운운하며 가해자 편에 서는 듯한 발언으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한 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거제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이태열 의원의 공개 사과와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여성위에 따르면 이 의원은 전날 열린 제259회 거제시의회 제2차 정례회 행정복지위원회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 문제의 발언이 나왔다.
당시 국민의힘 정명희 의원이 민생회복지원금 예산안 통과에 시의장과 거제시장 간의 모종 거래가 있었던 게 아니냐며 거듭 의혹을 제기하자 이 의원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이를 반박하다 조 씨 사례를 언급한 것.
이 의원은 “조진웅 배우 관련 일은 30년 전의 일이다. 잊혔던 내용을 끄집어내 가지고 거의 한 사람의 인격을 살인한 상황”이라며 정 의원의 의혹 제기도 이와 유사한 억측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 여성위는 “강력 범죄 논란 당사자에 대해 피해자 상처와 사회 상식, 법 감정은 뒷전인 채 사실상 가해자를 감싸고 두둔한 발언”이라며 “피해자 고통보다 가해자 인격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나 다름없는 명백하고 노골적인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평생 트라우마와 사회적 낙인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피해자를 고려하면, 가해자는 형사처벌이 끝났다 해도 공적 인물로 나서는 순간 훨씬 더 높은 도덕성과 책임을 요구받아야 한다는 게 여성위 주장이다.
특히 조 씨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극단 동료 등을 폭행한 사실을 짚으며 “단순히 ‘소년 시절의 실수’로 덮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성인이 된 이후까지 이어져 온, 결코 가볍게 포장할 수 없는 연속된 범죄 이력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와는 별개로 논쟁의 단초가 된 언론 보도의 적정성이나 형사절차의 공정성, 소년법 취지를 두고 논쟁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는 법조계·언론계 차원의 공론장에서 따져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여기에 이 의원이 민주당 거제시의회 원내대표라는 점 역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고 했다.
여성위는 “원내대표는 개인의 의견을 넘어 소속 정당과 의회에 무게를 싣는 자리다. 논쟁적인 사안일수록 더 엄격하고 절제된 표현을 사용해야 마땅하다”며 “그런 위치에서 정치적·도덕적 방패막이를 자처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지방의원의 한 마디, 특히 회의장에서의 공식 발언은 곧 공적 메시지라는 점을 상기하며 “감정적 표현을 앞세워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 논란 당사자에게 ‘동정 여론’을 만들어 주었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거제시당원협의회 여성위원회와 옥포학부모회, 아이를 사랑하는 모임, 미래교육연대, 경남여성회는 10일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진웅 배우 과거 전력 옹호 발언을 한 더불어민주당 이태열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여성위 제공
그러면서 “이 정도 수준의 인식과 언어라면 더 이상 거제시의회 의원이라는 직함을 달고 시민 앞에 서 있는 것 자체가 시민에 대한 모욕”이라며 “공개사과와 원내대표직을 내려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의원직 사퇴가 최소한의 책임 있는 마무리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침묵은 동의이자 방조다. 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는 이번 사안을 단순 해프닝으로 넘기지 말고 철저한 진상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은 물론 성폭력·강력 범죄와 관련한 정당의 기본 입장과 피해자 보호 원칙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성명을 시작으로 조만간 뜻을 같이 하는 단체와 함께 대여 압박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이태열 의원은 “억지 주장을 반박하는 과정에 본말이 전도된 것 같다. 범죄자를 옹호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