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IT 교육 플랫폼 ‘비디아’, 실전형 인재 키운다
출범 이후 4년간 6303명 수료
절반가량인 3116명 취업 성과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새 로드맵
현장 맞춤 실무 역량 교육 집중
기업이 교육과정 설계부터 참여
동부산 ICT, 서부산 제조·물류
지역별 위성 캠퍼스 모델 도입
‘디지털 인재 연계센터’도 신설
AI 마이크로 일자리 적극 발굴
지난 9월 부산디지털혁신아카데미(BDIA)에서 교육생들이 채용연계형 사이버보안 전문인력 양성과정 교육을 듣고 있다(위). 이달 초 ‘빅데이터 전문인력 양성과정’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교육생들.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제공
출범 이후 4년간 6000여 명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인재를 키워낸 부산디지털혁신아카데미(BDIA)가 실무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인재 양성에 집중하기 위한 새로운 로드맵을 마련했다. 그동안은 부산 청년들의 취업을 위해 디지털 역량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면, 향후에는 실무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기업 맞춤형 인재를 키워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교육 중심에서 산업 중심으로
부산시와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은 이를 위한 인재 육성 방안을 마련하고자 ‘부산 ICT 인재 양성 발전방안’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은 2022년부터 지역 내 ICT 분야 고급 인력을 양성하고 취업을 연계하는 ‘부산디지털혁신아카데미’(BDIA) 교육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BDIA는 올해 6303명의 수료생을 배출했으며, 이 가운데 3116명이 취업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AI 기반 산업 전환과 수도권 중심의 인재·산업 구조 속에서 지역이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인재 양성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산업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부산 기업들은 실무 역량을 갖춘 인재가 부족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용역에서 부산 기업 60여 곳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41.4%가 ‘전문 인력 부족’을 가장 큰 경영 애로로 꼽았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2027~2030년 운영될 ‘BDIA 2.0’은 기존의 교육 중심 체계를 넘어, 산업 현장이 참여하는 실전형 인재 양성 플랫폼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2026년까지 운영되는 1.0이 ‘교육-취업 연계’ 구조였다면, 2.0에서는 교육 수료 후 실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 취업을 연계하고, 취업 후에도 재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하나의 흐름을 구축할 전망이다.
기업도 이 과정에 함께 참여한다. 인재가 교육 단계에서부터 기업과 직접 만나, 현장에서 필요한 역량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에 따른 것이다. 기업은 교육 과정 설계부터 참여하며, 교육생은 실제 산업 과제를 기반으로 학습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현장에서 요구되는 기술뿐 아니라 문제 해결 능력, 커뮤니케이션, 협업 역량 등을 체계적으로 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 대학 연계 장기 교육 트랙 신설
지역 기업뿐 아니라 지역 대학도 참여한다. 기존의 1.0 교육에선 대학이 BDIA에 단순히 참여, 협력하는 수준이었다면, 2.0에서는 직접 교육 주체로 나서, 교육-실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부산시 등은 대학들이 참여하는 2.0의 심화트랙 과정은 최대 1년 단위로 확대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이 과정에서는 대학과 공공·민간기업이 실제 문제 분석, 산업 데이터 기반 프로젝트 등을 함께 수행한다. 해당 교육과정은 수료생의 포트폴리오는 물론 특허, 논문, 창업 등 실질적 성과를 이뤄나갈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
■부산 지역별 맞춤 인재 시스템 도입
지역 특성에 맞는 위성 캠퍼스 모델도 도입된다. 기존의 교육은 ICT 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동부산권 중심으로 진행돼, 부산의 다양한 산업군에 대응하는 데에는 부족했다. 새로 추진이 검토되는 서부산 교육장은 서부산권 제조·물류 기업의 디지털 전환과 피지컬 AI 도입 수요를 반영해, 스마트제조·스마트물류·제조 AI 등 디지털화 중심의 교육을 운영할 예정이다. 서부산 교육장에는 실제 공정 데이터와 자동화 장비를 활용한 실습 환경이 마련될 전망이다.
콘텐츠 산업과 게임, 메타버스 기업이 밀집한 센텀 일대를 기반으로 운영 중인 기존 동부산 교육장은 확장현실(XR) 스튜디오, 3D엔진 기반 제작 도구, 미디어 데이터 분석 환경 등이 추가로 구축될 계획이다.
위성 캠퍼스 도입은 산업 현장과 교육을 긴밀히 연결하기 위한 전략으로, 교육생은 산업 구조와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고, 기업은 필요한 인재를 적시에 발굴할 수 있다.
부산시는 향후 해양 DX, 조선 AI, 도시데이터 분석 등 지역 특화 산업 기반 교육도 추가해 ‘산업별 AI 융합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일자리도 직접 발굴해 취업 연계
기업-청년 매칭을 담당하는 BDIA의 ‘취업지원센터’는 부산시가 직접 일자리를 발굴하고, 해당 일자리가 필요한 기업을 찾아 연결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특히 AI 관련 업무에서 파생되는 ‘AI 마이크로 일자리’ 발굴에도 부산시가 나선다. AI 마이크로 일자리란 AI 기술과 관련해 생겨나는 단기 일자리로, 원격근무가 가능해 부산 인구 유출의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부산에 인재들의 수요를 충족하는 일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수도권 기업의 일자리와 지역 인재를 원격근무 형태로 연결해 상주 인재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은 취업지원센터 내에 ‘디지털 인재 연계센터’를 신설해 AI 마이크로 일자리 등 기업이 필요로 하는 디지털 업무를 체계적으로 구조화하고, 이에 맞춘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업무 도입에 따른 비용 부담을 낮추고, 사내 인력을 개발·전략 업무에 더욱 집중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디지털 인재 연계센터가 BDIA 2.0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며, 교육 단계부터 실제 업무까지 이어지는 교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