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회장 아닌데…’ 현수막 종중 회장 이름 앞에 ‘前(전)’ 적은 60대 ‘벌금형’
부산지법, A 씨에 벌금 30만 원 선고
사인펜으로 현수막 훼손한 혐의로 기소
A 씨 “임기 만료됐기에 정당한 행위”
재판부 “사회상규에 어긋난다” 판단
부산지법 청사. 부산일보DB
부산에서 현수막에 적힌 종중 회장 이름 앞에 ‘前(전)’ 글씨를 쓴 60대 남성에게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했다. 그는 임기가 만료된 회장이라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기 위한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보긴 어렵다며 현수막 훼손이 맞다고 판단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11단독 정순열 판사는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 A 씨에게 벌금 30만 원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해 4월 5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한 문화회관 출입구 앞 현수막에 적힌 ‘회장 B 씨’란 직책 앞에 ‘前(전)’이란 글씨를 사인펜으로 적어 16만 5000원 상당 현수막을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부산이 뿌리인 한 대종중 종중원 A 씨는 같은 날 종중 행사에 참석했다가 2023년 7월 임기가 만료된 회장 B 씨를 대종중 회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前(전)’ 글씨를 쓴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 과정에서 A 씨는 정확한 사실을 종원들에게 알리기 위한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B 씨는 임기가 만료된 전임 회장이고, 법원 결정을 통해 변호사 C 씨가 임시 회장으로 선정된 점을 근거로 댔다.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기 위한 목적이고,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쳤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B 씨는 임기가 만료된 전임 회장이고, C 씨가 임시 회장으로 선임된 사실은 인정된다”고 했다. 다만 “그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는 보충성, 긴급성 등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행위라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범행 경위와 내용을 보면 사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다른 벌금 전과 외에는 다른 전과가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