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분노 그린란드 주민…“미국인이 되고 싶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의 그린란드 점령 야욕에
“우린 팔려고 내놓은 물건 아니다” 밝혀
일부 주민 “다른 점령군으로 바뀌는 것”
지난해 3월 28일 밴스 미국 부통령이 그린란드에 있는 미군 피투픽 우주 기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는 팔려고 내놓은 물건이 아닙니다. 그린란드인들은 미국인이 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자국영토로 편입하려는 야욕을 내비치자 그린란드 주민들은 두려움과 분노를 숨기지 못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연이은 위협에 그린란드 주민들이 느끼고 있는 심정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그린란드 병합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다 미국이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해 압송하자 그린란드 주민들의 두려움과 분노는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그린란드 확보를 위해 무력 사용까지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주민 미아 켐니츠는 “그린란드인들은 미국인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린란드 신문 세르미치아크의 마사나 에게데 편집장은 “그린란드 시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가볍게 받아들일 사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린란드 기업인 협회의 임원 크리스티안 켈드센은 지난해 뉴욕과 그린란드 직항편이 개설된 것을 언급하며 “미국과 그린란드의 사업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를 점령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린란드 주민들은 최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등 유럽 국가들이 그린란드에 연대를 표명하는 공동 성명을 낸 데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면서도 약간 의구심도 보였다.
주민 켐니츠는 “그에 따른 결과와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미국에는 별 의미가 없을 수 있다”며 “그린란드인으로서, 우리 동맹국들에 우리가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그들이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얼마나 나아갈 수 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그린란드 주민들은 대체로 덴마크로부터의 최종적인 독립을 지지하면서 미국에 속하는 것은 반대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다만 일부 주민들은 수백 년간 덴마크에 점령됐다 현재는 자치령으로 남은 그린란드의 역사를 떠올리며 미국의 병합 가능성에도 별다른 감정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
그린란드 북서부 카나크에 사는 이누이트 사냥꾼 알레카치아크 피어리는 “한 주인에서 다른 주인으로, 한 점령군에서 다른 점령군으로 바뀌는 것일 뿐”이라면서 “우리는 덴마크의 식민지로, 이미 덴마크 정부 아래서 많은 것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