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명 개정만 요란한 장동혁 ‘쇄신’…‘당게’ 갈등은 점입가경
TF 가동해 새 당명 추진…설 전 확정 목표
인선·보수 통합은 제자리…내부 비판 확산
‘당게’ 논란 격화…윤리위 징계 놓고 갈등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 및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지도부가 6·3 지방선거를 약 5개월 앞두고 쇄신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당 안팎의 시선은 여전히 냉랭하다. 장 대표가 ‘이기는 변화’를 내세워 당명 개정 논의를 빠르게 밀어붙이고 있지만, 지도부 인선과 보수 통합 측면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없다는 비판이 커진다. 여기에 한동훈 전 대표를 둘러싼 당원 게시판 논란까지 겹치며 당내 갈등이 점차 증폭되고, 지방선거를 앞둔 국민의힘의 위기감도 한층 짙어지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홍보본부장을 맡은 서지영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당명 개정 로드맵을 공개했다. 국민의힘은 로드맵 시행을 위해 이날부터 브랜드 전략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서 홍보본부장은 “청년 33인이 만드는 새로운 당명이라는 기치를 주제로 김수민 전 의원을 단장으로 한 2030 청년 중심의 기획자, 디자이너, 마케터로 당 브랜드 전략TF를 구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TF 단장은 2020년 미래통합당 시절 ‘국민의힘’ 당명 개정을 총괄했던 김 전 의원이 맡는다. 국민의힘은 대국민 공모를 거쳐 설 연휴 전까지 새 당명을 확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당 지도부는 당명 개정을 지방선거를 앞둔 쇄신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지만, 당 안팎의 반응은 냉담하다. 장동혁 지도부가 당명 개정을 추진하면서도 인선 등에서는 개혁 의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장 대표가 과거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된 정점식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조광한 경기 남양주병 당협위원장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앉힌 점을 두고, 내부는 바꾸지 않으면서 외부만 바꾸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명 개정 자체를 둘러싼 이견도 적지 않다. 당 일각에서는 전 당원 대상 여론조사에서 이례적으로 낮은 찬성률이 나왔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당명 개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당명 개정이 현재 효과적인 방법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변화·쇄신의 결과가 나오고 난 다음에 마무리 단계로 당명을 바꾸는 것과, 국민들이 원하는 변화 움직임이 업는 상황에서 당명만 바꾸는 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재섭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당명 개정 조사에 대해) 반대의 심정으로 찬성을 누르긴 했다”며 “그간 당원 투표의 역사를 보면 찬성률이 거의 80% 이상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예외적으로 60%대의 찬성률을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이 타이밍에 당명을 바꾸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당원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신 것 같다”며 새 당명 후보로 거론되는 ‘자유·공화·미래’에 대해서도 “자유당으로 가면 이승만 자유당이 생각나고, 공화당으로 가면 박정희 공화당이 생각나고, 미래라고 하면 황교안의 미래통합당이 생각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한동훈 전 대표를 둘러싼 당원 게시판 사태까지 겹치며 내부 갈등은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고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당원 게시판 논란과 김종혁 전 최고위원 징계 문제를 논의했다. 이를 두고 당 내부에서는 “징계 시도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반발도 나오는 모습이다.
소장파 의원 모임인 ‘대안과 미래’는 이날 조찬 회동을 갖고 장동혁 지도부에 “극단적 방식으로 해결해선 안 된다”는 우려를 전달하겠다는 뜻을 모았다. 당사자인 한 전 대표에게도 “법적인 방법이 아닌 정치적으로 풀어달라”는 메시지를 전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조찬 회동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당원 게시판 문제가 당을 죽이는 방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이기려면 장 대표가 출구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쇄신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당 지지율은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6~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율은 각각 45%, 26%로 나타났다. 직전 조사와 비교해 민주당 지지율은 5%포인트 상승했지만, 국민의힘은 변동이 없었다. 김병기 전 원내대표 사퇴와 공천 헌금 의혹 등 민주당에 악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국민의힘으로 지지세가 이동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런 흐름 속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오는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후보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을 포함해 재보궐선거 지역이 최대 20곳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비상계엄 사과 이후에도 지지율 정체가 이어지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 분명하지 않다는 평가 속에 중도층 이탈이 계속되면서 재보선 전략을 세우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이번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1.6%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