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전 대통령 사형 구형, 새 정치 출발점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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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중대한 헌법 질서 파괴 사건" 규정
정치 달라진 게 없어… 환골탈태 계기로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란 특검팀이 지난 13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전직 대통령에게 사형이 구형된 것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됐던 전두환 전 대통령 이후 30년 만이다.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이 사형을 구형받은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특검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무기징역, 같은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에게는 징역 30년을 각각 구형했다. 12·3 비상계엄이라는 느닷없는 사태에 경악했던 국민은 이어진 탄핵과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형 구형이라는 참담한 역사적 장면을 마주하며 깊은 허탈감과 분노, 그리고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검은 12·3 비상계엄 사태를 “반국가 세력에 의한 중대한 헌법 질서 파괴 사건”으로 규정했다. 권력 유지를 위해 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가기관을 압박한 점에서 죄질은 극히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다시는 이 땅에서 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시도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사법적 경고로 읽힌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윤 전 대통령의 태도는 국민의 참담함을 분노로 바꾸기에 충분했다. 사형이 구형되는 순간까지도 그는 국민 앞에 진심 어린 사과나 반성조차 없었다. 오히려 90분에 걸친 최후 진술을 통해 계엄의 정당성을 되풀이하며 이를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정치적 무대로 활용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특검의 이번 구형을 두고 민주당은 “사필귀정”이라며 환영했지만, 국힘은 “공정한 재판을 기대한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사형 구형은 정파의 이해득실로 바라볼 사안이 아니다. 대결과 대립만 반복해 온 정치권이 이를 민주주의에 대한 준엄한 경고로 받아들이고 되돌아봐야 한다. 계엄 사태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정치권은 이 비극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국힘은 뒤늦은 사과와 미온적인 과거 단절로 신뢰를 스스로 허물었다. 민주당 역시 입법 독주와 사법부에 대한 압박으로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약속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 권력의 주체만 바뀌었을 뿐 이를 대하는 태도는 여야 모두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 남은 것은 법의 심판이다. 다음 달 19일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재판부는 정치적 소음과 외압을 배제하고 오직 증거와 법리에 따라 명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12·3 사태는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 개인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사유화해 입법권과 사법권을 침탈하려 한 것이다. 이는 국가 안전을 위협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범죄다. 이런 부끄러운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정치가 이번 사태를 환골탈태하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사형 구형이라는 참담한 비극이 역설적으로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새 정치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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