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8단체 “배임죄 전면 개편해야”…정부·국회에 건의서 전달
“배임죄, 유례 찾기 힘든 경제형벌” 주장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도 “예외 적용" 요구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경제8단체 부회장들이 배임죄 관련 현안을 논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춘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1본부장, 오기웅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이인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박양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 김준만 코스닥협회 전무.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경제계가 ‘조건 없는 배임죄 전면 개편’을 요구하고 나섰다. 경제계는 배임죄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경제형벌’이라면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도 형사처벌 위험에 노출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8단체는 26일 ‘배임죄 개선을 위한 경제계 호소문’을 발표하면서 국회와 법무부에 관련 건의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경제8단체는 호소문에서 배임죄를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경제형벌’이라고 규정했다. 처벌 대상과 범죄 구성요건이 불분명해 정상적인 경영 활동마저 형사처벌 리스크에 노출된다는 지적이다. 경제8단체는 지난해 교섭대상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는 법안’이 통과됐지만 국회가 약속했던 배임죄 개선은 진척이 없었다면서, 배임죄의 조속한 개편을 촉구했다. 배임죄 개편의 보완책으로 거론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디스커버리 제도에 대해서는 기업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에 논의를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8단체는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주주 지배력 확대 방지 등 개정안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합병 등 경영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취득한 자사주까지 소각 대상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예외 적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제8단체는 배임죄 개선에 대한 경제계 입장을 담은 건의서를 이날 국회와 법무부에 전달하였다. 건의서에서는 형법, 상법, 특경법상의 배임죄를 조건 없이 전면 개편하고, 미국이나 영국처럼 사기·횡령죄로 처벌하거나 민사적으로 해결할 것을 제안했다.
배임죄 전면 개편 대신 개별법에 대체 법안을 마련한다면, 독일이나 일본처럼 적용 대상과 처벌 행위 등 배임죄 구성요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경제계는 배임죄 구성요건에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을 추가해 ‘고의적인 위법행위’에 한해 처벌하자고 제안했다. 또 ‘재산상의 손해 발생’이라는 처벌 기준 역시, ‘현실적인 손해가 발생한 경우’로 명확히 정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제계는 배임죄 전면 개편과 함께 경영판단원칙을 상법과 형법에 명문화할 것도 건의했다. 1차 상법 개정으로 이사충실의무가 주주로 확대되면서 이사들이 짊어져야 할 사법 리스크가 커진 만큼, 기업인들의 전문적 경영 판단을 인정하고 불필요한 소송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경제8단체는 “배임죄 개편과 경영판단원칙의 명문화를 통해 명확한 법적 기준이 세워지고, 예측 가능한 법 집행이 이뤄지면 기업 경영에 활력이 생기고, 투자와 혁신을 통한 잠재성장률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