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는 결코 유토피아가 아니다 [현장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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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유라 부산교사노조 미디어국장

‘체험 기회가 많은 학교, 학교폭력이 없는 학교, 학생들이 거친 말을 쓰지 않는 학교.’

전교생 38명 규모의 한 초등학교를 설명할 때 흔히 따라붙는 말들이다. 복잡하고 거친 세상에서 한 발 비켜 선 대안처럼, 작은 학교는 어느새 유토피아에 가까운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교실 안은 결코 유토피아가 아니다.

다섯 명 남짓한 학생들이 여섯 해를 함께 보내는 환경에서는 또래 관계의 폭이 넓어지기 어렵다. 갈등이 생겨도 해결 방식은 늘 비슷하다. 구성원이 바뀌지 않는 관계 속에서 한쪽은 반복적으로 물러나고, 다른 한쪽은 그 배려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이러한 구조는 입학부터 졸업까지 이어진다.

아이들은 또래와의 관계 속에서 배우고 성장한다. 그러나 관계가 제한되면 사회적 상호작용의 경험 역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언어 사용도 마찬가지다. 일상에서 접하는 어휘와 표현의 범위가 좁아지면서 생각을 확장하거나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할 기회가 줄어든다. 학업에서도 변화는 크지 않다. 우수한 학생은 더 나아갈 자극을 얻기 어렵고, 어려움을 겪는 학생은 또래 안에서 형성된 이미지에 스스로를 가두게 된다. 변화가 적은 환경 속에서 ‘나는 원래 그렇다’는 인식이 굳어지고, 노력 대신 포기를 먼저 배우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환경에서는 아이들의 불만이 점점 사라진다. 늘 같은 친구, 변하지 않는 일상은 안정감으로 받아 들여지고, 새로움과 다양성에서 비롯되는 기분 좋은 불편함을 경험할 기회 자체가 줄어든다. 그러나 안정이라는 이름의 고요함 속에는 지루함과 고착이 함께 자리 잡는다. 더 넓은 또래 집단을 경험하지 못한 채, 자신이 보고 있는 세계가 제한적이라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교실 안에 있는 교사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다. 아이들 스스로는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어렵고, 학교생활은 그저 ‘재미있었다’는 한마디로 정리된다. 학부모 역시 이 말에 안도한다. 또래 관계의 폭이나 사회성 발달처럼 장기적으로 누적되는 문제는 쉽게 공유되지 않는다. 현재의 교육 환경에서 교사가 이런 문제를 조심스럽게 꺼내는 일 또한 쉽지 않다.

진정한 교육은 작은 학교의 아이들이 한적한 운동장에서 뛰노는 모습을 아름답다고 여기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아이들이 어떤 세계를 경험하고 있는지 끝까지 들여다볼 때 비로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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