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 사상한 ‘산청 산불’…경찰, 관련 공무원 3명 송치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경남도 4~6급 공무원 3명
업무상과실치사·치상 혐의
안전 장비, 통신 등 못 갖춰

119 소방대원이 경남 산청군 시천면 동당리 한 산에서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119 소방대원이 경남 산청군 시천면 동당리 한 산에서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경남 산청군 산불 진화 과정에서 9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게 된 책임을 물어 경남도청 공무원 3명을 검찰에 넘겼다. 산불이 확산할 가능성이 짙음에도 별다른 안전 장비나 교육 없이 진화대원 등을 위험이 예견된 산불 현장에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남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업무상과실치사·치상 혐의로 경남도청 소속 공무원 3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들은 산청 산불 현장 통합지휘본부 지상진화반의 감독자(4급)·반장(5급)·실무자(6급)로 진화인력의 안전관리 책임자들이다.

이들은 지난해 3월 21일 발생한 산청군 산불 현장에 창녕군 소속 공무원과 진화대원 등 9명을 투입시키는 과정에서 제공해야 하는 안전조치·장비를 간과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달 22일 현장에 배치된 이들 9명은 산 중턱에 고립돼 화마에 휩쓸려 끝내 4명이 숨지고 5명이 중상을 입었다.

경찰은 공무원 3명이 ‘경남도 산불현장통합지휘본부 운영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봤다. 산불 상황과 기상 상황, 진입로를 포함한 현장 여건 등 위험한 요소의 파악이 미흡한 상태에서 진화대원을 위험지역에 배치했다는 판단이다.

지휘본부와 진화대원 간 통신 체계를 원활하게 구축·유지하지 못하면서 위험 상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으며, 진화 대원 배치 전 위험 요소와 안전 수칙 등에 대한 교육과 진화 대원의 장비·안전 장구에 대한 점검도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애초 공무원 4명을 입건해 수사했으나 1명은 사고 직전 업무 지원 형태로 지상진화반 근무에 파견됐던 것이 확인되면서 불송치 결정했다.

경찰은 또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진화대원 장비 규정 강화 등을 담은 개선 방안도 경남도와 산림청에 통보했다. 산불 전담 부서 지정 및 지휘 체계 간소화로 산불 대응 전문성 향상과 재난 대응 통신망 고도화·효율성 개선, 방염 성능을 제대로 갖춘 진해대원의 복제 및 안전장비 강화 등이다.

경찰 관계자는 “산불 등 국가·사회적 피해가 큰 재난이나 재해 진화·구조 작업 시 신속한 작업 진행에만 몰두해 투입될 인력들에 대한 안전을 간과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개인의 생명·신체 피해가 발생할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번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해 경남도와 경남도청공무원노조는 향후 공무원들의 업무 위축을 우려했다.

경남도는 입장문을 통해 “재난 상황 대응에 따른 결과적 책임을 물어 공무원이 처벌받게 된다면 산불 업무 기피와 대응 위축이 우려된다”고 말했으며, 도청공노조도 “이런 식의 책임 지우기는 향후 공직사회의 재난 업무를 기피하게 만들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은 이 사건과 관련해 중대재해처벌 혐의로 경남도지사와 창녕군수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다만 사건 발생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도 단체장을 불러 조사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