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유림 부울경통일나눔협회 회장 “탈북민 연대 울타리 만들어, 한국 사회에 봉사로 보답하고 싶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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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 탈북, 중국 거쳐 부산 정착
사회복지 분야 지인들과 7년간 봉사
협회, 법인 등록·통일부 등록단체 인가
포럼·사회적기업 등 활동 반경 넓혀

“탈북민들이 한데 어울려 연대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들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에 정착하려 애쓰면서 그동안 많이 받았는데, 이제는 우리가 자립해서 한국 사회에 보답하고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부울경통일나눔협회 회장 이유림 씨는 협회의 역할과 목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밝혔다. 1973년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난 그는 20대 중반이던 1997년 탈북해 중국에서 9년가량 거주했다. 중국인 남성과 결혼해 자녀까지 두었지만, 2008년 혼자 또다시 대한민국으로 넘어왔다. 중국에 거주하는 탈북민들은 언제든 공안에 붙잡혀 북한으로 돌려보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씨는 부산에서 17년 정도 살면서 틈틈이 공부하며 여러 일을 했다. 손재주가 있는 편이어서 피부관리사 일을 하며 사이버대학에 등록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땄다. 함께 공부하며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탈북민들이 늘어나면서 7년 전부터는 이들과 함께 복지시설을 다니며 소소하게 봉사활동을 해왔다. 무장애 숲길 등을 걸으며 각자의 마음을 보듬고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봉사활동도 꾸준히 이어왔다.

협회를 만들게 된 건 어떤 계기였을까. 그는 “우리가 주도하는 봉사를 해보자는 뜻이 모아지면서부터”라고 말했다. 시설마다 원하는 봉사활동이 조금씩 다르다보니 체계와 목표를 갖고 제대로 봉사를 해보자는 의견이 늘어났던 것이다. 이 씨는 “비전을 갖고 활동하는 단체여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하려면 자금 후원이 필요했고, 그걸 이끌어내려면 단체로서 인정을 받아야 했다”면서 “그래서 법인 등록을 하고 지난해 6월에는 통일부 등록단체로 인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기준 부산에 800여 명의 탈북민이 거주하고 있고, 탈북민 봉사단체는 13곳 정도 있다”면서 “이중 통일부 등록단체는 부울경통일나눔협회를 포함해 2곳 뿐”이라고 덧붙였다. 협회 초대 대표를 맡은 이 씨는 2028년까지 4년의 임기로 활동하게 된다. 60여 명의 회원들이 뜻을 함께하고 있으며, 사회복지사나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이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 씨는 “비영리법인으로 협회를 우선 설립한 뒤 수익사업을 하기 위해 사업자등록증을 받았다”면서 “서류를 작성하고 절차를 거치는 모든 과정을 저와 회원들이 하나하나씩 공부하며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통일 연구·포럼 △통합지원 서비스 △사회적기업 활동 등 세 가지가 주요 업무라고 밝혔다.

연구·포럼은 한반도 통일을 포함한 다양한 주제와 형식으로 통일에 관심있는 시민들과 탈북민들이 한자리에서 깊이 있는 연구와 결과를 공유하거나, 전문가 강사를 초청해 정기적인 세미나를 여는 활동이다. 올해는 통일부 산하 서울 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 ‘하나가 되다’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 계획이다.

또 탈북민과 사회적 약자,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각종 행정 절차에 대해 안내하고 도움을 주는 통합지원 서비스를 추진한다.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탈북민을 위한 정신건강 상담 서비스를 비롯해, 이들이 정보나 뉴스에 취약해 사기를 당할 위험이 높고,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해 취업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관련 분야에 대한 강습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협회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수영구에 위치한 부산시 소셜캠퍼스성장지원센터에 사회적기업으로 입주해 수익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부울경 지역에서 북한주민단체로는 처음으로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했으며, 대한민국에서 받고만 살아온 우리가 자립을 하고 수익을 창출해 나누고 베풀 수 있는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씨는 부울경통일나눔협회가 내실을 다져 머지 않은 때에 탈북민들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될 수 있기를 희망했다. “대체로 홀홀단신으로 살아가는 탈북민들은 그들 사이에 공감대와 유대감이 커서 서로 많이 의지하는 동시에 자립심이 강해 협력이 어려운데, 대한민국에 처음 와서 먹고 살려고 열심히 앞만 보고 일하다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고향 생각도 나고 허무해지고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면서 “작은 공간을 마련해, 함께 모여 이야기 나누고 음식도 해 먹으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단체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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