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수출할 수가 없어요”…중동 산유국들, 잇따라 감산
이라크 남부유전 생산량 70% 급감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도 감산 착수
아라비아만에서 원유 수송 선박 전무
중동 사태로 호르무즈해협이 사실상 막히면서 원유를 수출할 수 없게 되자, 중동 산유국들이 잇따라 석유생산을 줄이고 있다. 사진은 오만의 무스카트. 로이터 연합뉴스
중동 사태로 호르무즈해협이 사실상 막히면서 원유를 수출할 수 없게 되자, 중동 산유국들이 잇따라 석유생산을 줄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8일(현지시간) 이라크 남부 유전의 원유 생산량이 70% 급감해 하루 130만 배럴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전쟁 발발 이전에는 이 지역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약 430만 배럴이었다.
이곳을 관리하는 바스라 석유공사(BOC) 관계자는 “원유 저장이 최대 용량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원유를 수출할 수 없게 되자 저장탱크가 꽉 찼다는 의미다.
이라크의 원유 수출도 급감해 수출량이 이날 하루 80만 배럴 수준으로 급감했다. 호르무즈해협 통행이 어려워지면서 유조선 두 척만 선적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블룸버그 통신은 아랍에미리트(UAE)와 쿠웨이트가 이미 원유 생산량을 줄이기 시작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유조선들이 호르무즈해협을 계속 피하면서 원유를 실을 수 있는 유조선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다른 국가들도 감산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불가항력’ 조항 발동도 잇따르고 있다. 불가항력은 전쟁, 자연재해 등 통제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경우, 원유 수출 등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는 조항이다.
바레인 유일의 정유시설을 운영하는 ‘밥코 에너지스’는 최근 자사 정유 단지에 대한 공격에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앞서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 KPC는 지난 7일 “쿠웨이트에 대한 이란의 계속된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항에 대한 위협에 따라 예방적 조치로 원유와 정제 처리량을 감축한다”며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아라비아만에서 원유를 운송할 선박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 KPC 측의 설명이다.
세계 2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국 카타르는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최대 LNG 생산시설이 타격받자 불가항력 조항을 발동하고 공급을 중단한 상태다.
사우디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정유시설이 있는 라스타누라 단지가 드론 공격을 받자 가동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대신 사우디는 호르무즈해협의 반대편인 홍해를 통해 원유를 보내고 있다. 사우디 서부 터미널을 통해 선적된 원유는 하루 약 230만 배럴 수준으로 급증했다. 다만 이는 사우디가 페르시아만을 통해 수출해온 하루 600만 배럴에는 훨씬 못 미치는 규모다.
미국의 에너지 컨설팅회사 래피던 에너지 그룹은 이번 위기가 이전까지 최대 석유 공급 충격으로 꼽히는 1956~1957년 수에즈 위기를 넘어섰다고 FT는 전했다. 수에즈 위기 당시에는 전 세계 석유 공급의 10%가 차질을 빚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