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100달러 시대, 대세는 전기차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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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 이후 기름값 급증
국내 휘발유 L당 1800원 넘어
수입 전기차 등록 40% 증가
저렴한 유지비로 수요 몰려

중동 전쟁 이후 유가가 급등하면서 전기차 수요가 증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볼보 콤팩트 전기 SUV ‘EX30’(위)와 기아 소형 전기차 ‘EV3’ 주행 모습. 기아·볼보차코리아 제공 중동 전쟁 이후 유가가 급등하면서 전기차 수요가 증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볼보 콤팩트 전기 SUV ‘EX30’(위)와 기아 소형 전기차 ‘EV3’ 주행 모습. 기아·볼보차코리아 제공

서울에 사는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최근 새 차를 알아보다가 생각이 바뀌었다. 20년 가까이 탄 차량을 교체하기 위해 익숙한 가솔린 차량을 살 계획이었지만, 중동 정세 불안 이후 기름값이 빠르게 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전기차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 전기차 할인과 금융 혜택을 잇따라 내놓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김 씨는 “휘발유 가격이 계속 오른다고 해 전기차 모델을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중동 전쟁 이후 국제 유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전기차 수요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나드는 가운데 국내 휘발유 가격이 L당 1800원을 넘어섰고, 경유 가격이 휘발유를 앞지르는 역전 현상도 이어지고 있어서다. 휘발유 차량의 연료비 부담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유지 비용이 낮은 전기차를 대안으로 고려하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올해 초 시작된 전기차 판매 증가 흐름에 고유가 상황까지 겹치면서 수요 확대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전기차 시장은 올해 들어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 인하 프로모션을 확대하고 보조금 정책이 시행된 영향이다.

10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수입 전기차 신규 등록은 1만 810대로 전년 동월 대비 39.8% 증가했다. 브랜드별로는 테슬라가 7868대를 판매해 월간 판매 1위를 기록했다. 테슬라는 올해 초 모델3 ‘스탠다드 RWD’의 실구매가를 3600만 원 수준까지 낮췄고 ‘모델Y’ 가격도 300만 원 인하했다.

볼보차코리아는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EX30’ 가격을 최대 761만 원 낮췄다. 볼보차코리아 관계자는 “EX30 신규 계약이 최근 2주일 사이 2000대 추가로 이뤄지는 등 수요가 늘었다”고 말했다.

국산 시장도 비슷한 흐름이다. 매달 전기차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달 저금리 금융 프로그램과 가격 할인 정책을 통해 판매 확대에 나섰다. 기아는 ‘EV5’와 ‘EV6’ 가격을 각각 280만 원, 300만 원 인하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86% 증가한 9956대를 기록했고, 기아는 1만 4488대를 기록하며 세 배 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전기차는 차량 유지비 측면에서 휘발유 차량보다 경제성이 높은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월 1000km 주행 기준 휘발유 차량의 연료비가 약 16만 원 수준인 반면 전기차는 충전 방식에 따라 6만~7만 원에 그친다. 급속 충전 기준으로도 매달 약 10만 원 가까이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연간으로 환산하면 100만 원 이상 차이가 난다. 국제 유가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고유가 상황이 전기차 수요 확대의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영석 한라대 미래모빌리티공학과 교수는 "유가가 상승할수록 차량 운행 비용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대안으로 고려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며 "이미 전기차 판매가 증가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고유가까지 겹치면 수요 확대 속도가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런 흐름이 장기적으로 자동차 시장의 구조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문위원은 "이미 전기차 시대로의 구동계 전환은 시작됐다"며 "여러 흐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 등의 정책에 따라 변화 속도가 정해질 것"이라고 봤다.

최 교수 역시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전환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말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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