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힘 '윤 어게인' 반대 결의문, 당 통합과 정상화 계기로
6·3 지방선거 참패 위기의식 반영
강성 지지층 반발 극복 보수 재건을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송언석 원내대표 발언을 듣고 있다. 장 대표 오른쪽은 서울시당위원장인 배현진 의원.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지난 9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장동혁 대표를 포함한 소속 국회의원 전원 명의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에 반대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에는 12·3 비상계엄 사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 반대, 당내 갈등을 증폭하는 행동과 발언 중단 등이 담겼다. 전날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 노선 변화를 요구하며 후보 등록을 보류하자 긴급 의총을 열고 ‘윤 어게인’ 세력과의 단절을 선언한 것이다. 오 시장은 “선거를 치를 최소한의 발판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절윤’ 필요성을 강조해 왔던 PK(부산·울산·경남) 지역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국힘이 ‘윤 어게인’ 세력과의 절연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결의문 채택은 석 달도 남지 않은 6·3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의원들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의총에서는 당내 의원들의 ‘절윤’ 요구가 터져 나왔으며, “국민의힘 로고가 있는 선거 운동복을 입고 밖에 나가지 못할 정도로 민심이 심각하다”는 성토도 많았다. 이런 우려가 확산하면서 국힘에선 광역단체장 출마자 기근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국힘 전통적 강세 지역인 대구·경북에만 광역단체장 후보가 몰리고, 서울·경기는 현역 의원들이 후보 공천을 신청하지 않았다. 부산에선 주진우 의원만 신청했다. “이러다 TK 자민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당내 우려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발언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의총 뒤 박성훈 대변인이 “장 대표는 의원들의 총의를 존중한다는 입장”이라고만 했다. 장 대표가 ‘윤 어게인’ 세력과 실제로 절연하는 모습을 당의 정책과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아직 의문이 가시지 않는 상황이다. 강성 지지층의 반발과 지도부의 후속 조치 여부가 변수로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당장 극우 유튜버 전한길 씨는 장 대표를 향해 “윤석열 어게인을 지지할지, 절윤할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장 대표가 윤 어게인 세력의 반발을 무릅쓰고 당 통합을 위한 실질적 조치에 나설지 지켜볼 일이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인 국힘은 국정의 건전한 견제 세력으로서 정책 경쟁에 몰두하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다. 하지만 그동안 ‘윤 어게인’ 세력과의 절연을 둘러싼 당의 노선과 운영을 놓고 극심한 갈등에 빠져 들었다. 지리멸렬한 모습에 실망한 민심으로부터 외면받으면서 지지율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번 결의문 채택이 단순히 지방선거 표심을 얻으려는 쇼에 그쳐서는 안 된다. 장 대표가 절윤을 못 박는 입장을 직접 밝히고, 한동훈 전 대표 및 친한동훈계 징계 문제 해결을 통해 통합을 모색해야 한다. 결의문 채택을 당 통합과 정상화의 계기로 삼아 보수의 미래와 재건을 위해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