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에 농어민도 한숨 “생업 접어야 할 판”
전쟁 후 농어업 면세유 가격 폭등
농업용 전달 대비 30% 넘게 인상
수확철 맞은 시설하우스 직격타
모내기 목전에 둔 벼농가도 시름
어업용도 내달 30만 원 선 위협
어선업계 “조업 포기 선단 늘 것”
11일 경남 진주시 시내 한 단위 농협 주유소에 설치된 면세유 단가 표시기. 김현우 기자
국제 유가 급등으로 기름값이 폭등하면서 지역 농수산업계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유류비 부담에 생업을 접어야 할 판이라는 하소연까지 나온다.
국제 유가 급등으로 기름값이 폭등하면서 지역 농수산업계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유류비 부담에 생업을 접어야 할 판이라는 하소연까지 나온다.
11일 지역 농가와 농협 등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지역 면세유 가격은 완연한 오름세를 보인다. 단위 농협 주유소 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10일 기준 면세 휘발유는 950~1100원, 경유는 1350~1450원, 등유는 1100~1200원 정도다. 전쟁 전에 비하면 200~300원 정도가 오른 셈이다.
심지어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일반적으로 단위 농협은 주유소를 운용하며 과세유와 면세유를 동시에 판매한다. 그 때문에 보유량이 빨리 소진되는데 그때마다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구매해 공급받는다. 여기에 여름철과 달리 겨울과 봄철은 시설하우스 작물이 냉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기름 사용량이 더 많은데, 앞으로 정유사 기름값이 더 오르면 그만큼 면세유 가격도 가파르게 상승할 수밖에 없다.
진주시 한 농협 주유소 관계자는 “당장 전쟁이 중단된다면 오름세가 꺾일 수 있겠지만 반대로 전쟁이 지속된다면 당분간 계속 오를 수도 있다. 현장에서는 면세유가 1700원 이상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농민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고추나 파프리카, 애호박 등 시설하우스 작물은 현재 한창 수확이 이뤄지고 있다. 냉해를 입으면 상품성이 사라지는 탓에 야간에는 계속 보일러를 돌려야 한다. 가뜩이나 생산비가 급등하면서 수익이 떨어졌는데 기름값까지 폭등하면서 부담을 키운다. 시설하우스에서 보일러를 사용하지 않는 시기는 4월 중하순으로, 그 사이 기름값이 더 오른다면 손해를 보며 농사를 지어야 한다.
진주시 한 고추 재배 농민은 “1200평 정도 시설하우스를 운영하는데 보름 사이 3000L의 등유를 사용한다. 한 달이면 100~200만 원의 돈이 더 들어가는 셈이다. 이래서는 도저히 수익이 날 수 없다. 기름값이 더 오른다면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벼 재배 농가도 걱정이 앞선다. 당장 모내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모종과 비료, 트랙터 운영비 등이 모두 기름값에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전주환 전국농민회 부·경연맹 사무처장은 “사실 벼농사를 지어봐야 거의 본전이다. 기름값이 오르면 당연히 손해로 바뀌는 거다. 정부나 지자체, 농협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고 말했다.
먼바다에서 바닷장어(붕장어)나 꽃게를 주로 잡은 근해통발어선의 경우, 한 번 출항하면 열흘 이상 바다에 머물러 조업하는 탓에 월평균 250드럼 정도를 사용한다. 지금 추세라면 매달 유류비로만 최소 7000만 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내달 면세유 가격도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어민들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역 수산업계도 안절부절못한다. 어업용 면세유는 수협중앙회와 정유사 계약에 따라 월 단위로 공급단가가 바뀐다. 어업 현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경유의 경우, 3월 공급가는 200L들이 드럼당 17만 6640원이다. 전달 대비 1만 4000원(8.5%) 가량 올랐지만, 이는 중동 전쟁 발발 전인 지난달 20일 확정된 단가다. 국제 유가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국내 유가도 가파르게 오르는 추세라 면세유 가격 역시 내달 공급분부터 급등할 공산이 크다.
실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유가가 요동치면서 어업용 면세유 가격도 치솟았다. 불과 두 달 사이 45% 이상 올라 4월 드럼당 23만 원을 넘었고 그해 7월 29만 521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주유 산유국이 직격탄을 맞은 만큼 당장 드럼당 30만 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어민들 생각이다.
유류 사용량이 많은 어선업계는 벌써 노심초사다. 먼바다에서 바닷장어(붕장어)나 꽃게를 주로 잡은 근해통발어선의 경우, 한 번 출항하면 열흘 이상 바다에 머물러 조업하는 탓에 월 평균 250드럼 정도를 사용한다. 지금 추세라면 매달 유류비로만 최소 7000만 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인건비 상승과 소비 둔화로 가뜩이나 채산성이 떨어진 상황에 이는 치명적이다. 근해통발수협 관계자는 “이대로는 열심히 조업해도 인건비는커녕 기름값조차 못 건질 수 있다”면서 “내달 (면세유) 단가에 따라 조업을 포기하는 어민도 상당수 일 것”이라고 내다 봤다.
남해안 멸치잡이 권현망 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 어탐선과 본선, 가공선 등 5척이 선단을 이루는 권현망은 어선 세력만큼이나 유류비에 민감하다. 그나마 4~6월이 법정 금어기라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지만, 전쟁 후유증을 고려할 때 마냥 안심할 수도 없다. 업계 관계자는 “가파르게 올랐다 더디게 내리는 유가 특성상 조업 재개 시점까지 고유가가 이어질 수도 있다”면서 “일단, 전황을 지켜보면 대응 방안을 고민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어탐선과 본선, 가공선 등 5척이 선단을 이루는 권현망은 어선 세력만큼이나 유류비에 민감하다. 권현망 선단이 통영시 동호항에 정박해 있다. 부산일보DB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