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서 쓰러져”… 가해자 셋 입 맞췄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첫 공판서 피고인 3명 혐의 사실 부인
검찰 "피해자 쓰러지자 범행 은폐하려 말 맞춰”
부산구치소 전경.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구치소에서 같은 방에 수감된 20대 미결수를 집단으로 상습 폭행해 숨지게 만든 재소자 3명(부산일보 지난해 9월 24일 자 1면 등 보도)이 첫 재판에서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이들은 피해자가 폭행으로 의식이 없는 사실을 알고도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피해자가 화장실에서 갑자기 쓰러졌다고 말을 맞춘 것으로 드러났다. 향후 재판에서는 피고인들에게 피해자를 죽이려는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와 재소자 3명의 범행 가담 정도가 어떻게 입증될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 1부(나원식 부장판사)는 12일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20대 남성 재소자 A 씨, B 씨, C 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칠성파 조직원인 A 씨에겐 폭행·상해·특수상해, B 씨와 C 씨에겐 상습폭행 혐의도 각각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날 “피고인 3명은 지난해 9월 7일 오후 2시 40분 부산구치소 같은 방에 수감된 피해자의 얼굴에 수용복 바지의 허리 부분을 얼굴에 씌우나 수건 등으로 시야를 차단한 상태로 약 20분간 주먹이나 발로 복부 부위를 여러 차례 때렸다”고 공소 사실을 설명했다. 검찰은 이어 “A 씨 등이 피해자가 주저앉자 다시 일으켜 세운 다음, 피해자의 팔을 잡고 지속적으로 주먹이나 발 등으로 목이나 복부 등을 때려 의식을 잃게 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가해자들의 숨진 피해자에 대한 폭행은 지난해 8월 중순부터 시작됐다. 체격이 왜소한 피해자가 실수가 잦다는 이유로 거의 매일 폭행했다. 이들은 피해자의 몸에 폭행 흔적이 남지 않게 목 부위를 때리거나 목을 팔로 감아 기절시키기도 했다.
특히 검찰은 지난해 8월 말 A 씨가 같은 방에 수감돼 ‘방장’이 된 이후로 본격적인 폭행이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A 씨는 밥상 모서리로 피해자의 엄지 발톱을 찍어 발톱이 빠지게 하고, 부채 모서리로 이마를 때려 찢어지게 만들기도 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범행 당일 피해자가 누적된 폭행으로 나흘가량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 극도로 쇠약해진 상태를 알고도 계속 폭행해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A 씨 등이 피해자가 의식이 없고 호흡이 불규칙하는 등 생명에 위협을 받았음을 알아차리고도, 범행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서로 입을 맞춘 사실도 처음 공개됐다. 검찰은 “피고인 중 한 명은 피해자가 쓰러지자 약 10분에 걸쳐 인공호흡을 실시했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망을 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상태가 더 나빠지자 피해자가 화장실에서 쓰러졌다고 둘러대기로 말을 맞췄다”며 “근무자가 수감 시설별로 약을 전달하기 위해 다가오자, 그때서야 피해자의 상태를 알렸다”고 밝혔다.
이날 A 씨 등 피고인들은 검찰의 공소 사실에 대해 “살인할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A 씨 변호인은 “폭행을 주도했는지, 피해자가 쓰러진 경과, 엄폐하기로 공모했는지 등에 대한 공소 사실도 부인한다”고 밝혔다.
피고인들이 검찰의 공소 사실 중 핵심 혐의를 부인하면서 향후 재판에서는 살인의 고의 여부, 피고인들의 범행 가담 정도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 부장판사는 “변호인 측에서 의견서를 늦게 제출해 증거에 대한 의견은 다음 기일에 정리하기 위해 이른 시일 내로 속행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